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윤석열 정부 국민연금 개혁안에 반하는 국민연금공단 보고서가 영구 비공개 처리된 것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이 국민들에게 숨겨 윤석열표 연금 개혁을 도우려 한 것이라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의원들은 영구 비공개를 외부에서 누가 공단에 지시했는지 따져 물었다. 보고서를 비공개 결정한 한정림 국민연금연구원장은 누구로부터 지시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국민연금 개혁이 진행되던 올 초 완료된 '공적연금 미시모의실험모형 개발' 보고서는 내외부 검독자 3명 중 2명이 발간을 추천했지만 보건복지부가 보고서 내용에 우려를 제기한 후 영구 비공개됐다. <더팩트>가 영구 비공개 사실을 최근 보도하자 국민연금연구원은 보도 5일 만에 보고서를 공개로 전환했다.
24일 국민연금공단 대상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한정림 연구원장이 위원장인 국민연금연구원 발간심사위원회가 해당 보고서를 영구 비공개 처리 한 것을 거론하며 "국민연금연구원은 비공개한 이유로 외부 전문가 검독 결과라고 답변했는데, 확인해보니 외부 검독한 분들은 거의 모두가 발간하라고 추천했다. 그럼에도 비공개 결정한 것은 지시를 받은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외부 누군가에게 지시를 받았냐는 질의에 한정림 위원장은 "그런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남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보고서 내외부 검독자 3명 중 2명이 최종평가서에서 발간을 추천했지만 국민연금연구원은 해당 보고서를 영구 비공개처리했다. 나머지 검독자 1명도 의견 없음이라고 해 발간을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월 한정림 국민연금연구원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발간심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보고서 발간 여부를 심의했다. 그러나 보고서 공개 여부 결론을 내리지 않고 보류한 후 3개월 뒤인 지난 5월 위원회를 다시 열어 영구 비공개 처리했다. 그 사이 연금 개혁은 3월 20일 완료됐다. 보고서는 노인 빈곤율이 악화될 것이라며 소득대체율 상향 등 노후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국민 공론화 결과였던 소득대체율을 10%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뒷받침하는 내용인 반면, 소득대체율을 2% 높이되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생애 총 연금액이 삭감되는 복지부 연금 개혁안과 배치되는 결론이었다.

보고서 영구 비공개 조치는 복지부가 우려를 제기한 후 이뤄졌다. 복지부는 국민연금연구원이 보고서를 영구 비공개 하기 전인 지난 1월에서 4월 사이 보고서 작성자를 3차례 불러 결과 보고를 받고 모형 안정성, 다른 연구기관과 전망 차이에 우려를 제기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복지부 우려를 그대로 비공개 사유로 삼았다. 특히 윤석열 정부 연금 개혁안을 주도한 이스란 제1차관(당시 사회복지정책실장)은 1월 6일 복지부 과장급이 보고를 받은지 보름만에 보고서 작성자를 다시 불러 직접 보고 받았다.
윤 정부 연금 개혁에 반하는 보고서를 국민들에게 숨겨 윤석열표 국민연금 정책을 도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검독자들은 발간이 적절하다고 의견을 냈는데 국민연금연구원 내부자들이 영구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지면 안되겠다고 비공개한 것은 윤석열 정권 정책 의도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이 공적연금 수호자가 아니고 윤 정권 방패막이가 됐다"며 "국민연금공단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된다. 국민연금연구원 연구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공개해야 할 것을 사후적으로 공개하게 됐다. 공개할 것은 공개해야지 공개 안한 것은 잘못됐다"고 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자료를 숨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남 의원은 "국민연금연구원은 당초 검독자 최종 평가서에서 검독자들의 발간 추천 의견을 삭제한 후 자료를 줬다. 이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야 다음날 발간 추천 의견을 담은 자료를 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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