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피의자 7명의 신병 확보를 한꺼번에 시도했지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구속에 실패했다. 특히 수사외압 의혹을 받는 피의자들 전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정점'에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 조사를 앞두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40분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장관과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소명되나 주요 혐의 관련해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고,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책임 유무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며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한 증거가 수집됐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에 앞서 특검팀은 7월 2일 공식 출범 이후 같은달 18일 김 전 사령관에 대해 모해위증 및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피의자의 신병 확보에 나선 첫 사례였지만, 나흘 뒤인 22일 법원은 "현 단계에서 방어권 행사의 차원을 넘어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특검팀은 약 3개월 동안 구속영장 청구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은 채 이달 중순까지 피의자 및 참고인 200여명을 조사하며 진술과 증거 수집에 주력했다. 이어 지난 20일 김 전 사령관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추가하고, 그를 포함한 수사외압 혐의 주요 피의자 5명의 구속영장을 한꺼번에 청구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소 0건', '구속 1건'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본류 사건인 고 채수근 해병 사망사건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피의자 임 전 사단장은 이날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특검팀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긴 사례는 출범 이후 한 건도 없다.
이 전 장관 등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본류 사건인 고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의 핵심 피의자 임성근 전 사단장은 유일하게 구속됐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진규 전 해병대 1사단 11포병 대대장의 영장은 기각됐다.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8월 7·11일 특검팀에서 2·3차 피의자 조사를 받은 뒤, 같은달 19일 자신의 휴대전화 포렌식 절차 참관을 위해 특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피의자 신문 조서를 배포한 바 있다. 당시 자신이 운영 중인 인터넷 카페에도 조서 파일을 전체 공개로 올리기도 했다.
또 그동안 사건 당시 사용하던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는데, 전날 새벽 비밀번호를 발견했다며 같은날 오후 특검팀에 제공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를 "수사기관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평가하며, 구속영장 청구서에 '영장 청구 시점이 임박하자 갑자기 비밀번호를 찾았다고 연락했다'는 부분을 반영했다.
'구명로비 의혹'의 핵심인물 이종호 전 벨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일면식도 없다고도 주장해왔지만 특검팀은 두 사람을 같은 술자리를 함께 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특히 자리를 함께 했던 배우 박성웅 씨에게도 접촉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다음주 중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임 전 사단장을 사무실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른바 '윤석열 격노' 이후 임 전 사단장이 혐의자에서 제외된 '구명로비 의혹' 관련 조사를 이어나가며 추가 혐의 다지기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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