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영봉·이다빈 기자]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 부실 대응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캄보디아 수사당국과 공조 미흡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유 직무대행은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국내 활동 의혹 제기에 뒤늦게 수사를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 경찰 부실 대응 질타…"공조 미흡했던 건 사실"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캄보디아 범죄 피해자에 대한 경찰의 부실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박찬대 민주당 의원실이 제보를 받아 캄보디아 감금 피해자 16명을 구조했다. 피해자 가족은 이미 경찰에 신고했음에도 '팩스를 보냈으니 기다리라'는 답만 들었다"며 "경찰이 로맨스 스캠, 보이스피싱 등은 수사하지만 정작 납치와 감금은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감금되면서 통장과 신분증이 빼앗겨 현재 계좌가 동결돼 아직도 복구가 되지 않고 있다"며 "경찰이 가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구분해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유 직무대행은 "캄보디아 납치·감금을 방치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간 캄보디아 주재관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고, 공조 협력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범죄 가담자와 피해자는 신속히 구분하는 등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외 범죄 대응 체계를 재점검하겠다"고 답했다.
이광희 민주당 의원은 "캄보디아 납치·감금 생태계를 보면 불법금융에서 국제범죄, 인신매매로 이어지는 완전한 범죄 생태계"라며 "대부업과 국제범죄 간 연계 분석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지 않냐"고 꼬집었다. 유 직무대행은 "불법 대부업 특별단속도 하고 있는데, 국제범죄조직과의 연계 분석은 미흡했던 것 같다"며 "이 부분도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외사국 폐지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캄보디아 범죄 대응에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당시 경찰청 외사 인력이 73명에서 49명으로 줄었고, 전국 시·도경찰청 외사과를 폐지해 1000여명이 빠져 국제범죄 수사 전문인력 경험이 단절됐다"며 "결국 해외 범죄 공조체계가 약화되면서 해외 국민 보호기능이 퇴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직 개편을 새롭게 검토해야 한다고 보지 않냐"고 질의했다.
유 직무대행은 "조직 개편은 계속 하고 있고 또 인력 조정이나 기능 간 조정 등도 계속 하고 있다"며 "조직 개편은 필요에 의해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외사 기능이 대폭 축소된 만큼 조직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이해식 민주당 의원 질의에도 "조직 개편과 관련해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며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인력 개선 방안을 마련해 보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청년들이 이용하는 사이트에서 구인·구직을 검색하니 불법 도박 사이트에 들어갈 수 있다"며 "'열정만 있다면 1000만원 가능' 이런 것이 버젓이 광고되고 있고, 또 다른 사이트에는 '근무지 태국, 숙식 제공 가능, 동반 입사 가능, 월평균 급여 700만~1000만원 이상'도 광고되며 국제범죄로 유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직무대행은 "시·도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인력 100여명을 투입해 전체 사이트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수사가 필요한 부분은 수사에 착수하고 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협의해 삭제·차단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프린스 그룹 국내 연계 의혹…"국수본에서 수사 착수 여부 검토"
이날 국감에서는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배후로 지목된 프린스 홀딩스 그룹의 국내 활동 의혹에 대한 수사 요구도 쏟아졌다. 앞서 미국과 영국 정부는 프린스 그룹을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공식 지정하고 강력한 제재에 나섰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프린스 그룹이 최근 국내와의 연결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난 2022년 ‘한국 기업·노동력 유치‘를 추진하며 캄보디아 상공회의소와 긴밀히 협의했고, 상공회의소도 적극 응답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시 상공회의소 회장이 마크리(이용만)라는 사람인데, 이 씨는 지난 2010년 캄보디아에서 특수은행을 설립해 운영하다가 2018년 DGB대구은행에 매각했고 이후 DGB특수은행으로 사명을 바꿔 2021년까지 은행장을 맡았다"며 "캄보디아 중앙은행 관계자에게 350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대구은행 지주회사 간부들이 검찰 수사를 받았고 일부는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이 씨는 캄보디아 국적을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가 프린스 그룹과 연계돼 윤석열 정부의 캄보디아 ODA(공적개발원조)나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사업 과정에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지 은행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만큼 프린스 그룹과 이 씨의 연관성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유 직무대행은 "직접 보고받은 바는 없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해 필요하다면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서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도 "캄보디아 범죄조직이 국내에서도 활동하고 있다"며 "프린스 그룹이 '킹스맨'이란 이름으로 바꿔 서울 강남 쪽에서 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활동하는 이 조직에 대해서도 엄정히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도 유 직무대행은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하고 국수본에서 수사 착수 여부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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