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올해 초 국민연금 모수개혁이 추진되던 시기에 윤석열 정부 보건복지부 전 1차관이 KBS 방송 프로그램에 3회 출연하며 2억6000만원의 국민연금 홍보비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1차관이 3회 방송 모두에서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연금개혁 과정에 편파적으로 개입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 국민연금 방송프로그램 광고 집행 현황’에 따르면, 복지부 전 1차관은 올해 1월, 2월, 4월에 KBS 프로그램 '아침마당' 1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2회 출연하며 총 2억6000만원의 홍보비를 지출했다.
남 의원실에 따르면 복지부 전 1차관은 3회 방송 모두에서 연금개혁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를 강조했다. 지난 1월 20일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 "자동조정장치는 액수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며, 2월 27일 KBS '아침마당'에서는 "(액수가) 줄게 되면 어머님들이 가만히 계시겠습니까"라며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를 홍보했다.
또한 4월 10일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 재차 출연해 "자동조정장치를 쉽게 말씀드리게 되면 (인구) 변화에 대한 적응"이라며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사실은 액수가 깎이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 세대별 총 연금수급액’에 따르면,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현행 제도의 연금액보다 20세는 4702만원, 30세는 5146만원, 40세는 5396만원, 50세는 5995만원이 삭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 의원은 복지부가 2억6000만원의 혈세를 투입하며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연금개혁 과정에 편파적으로 개입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복지부가 2025년 국민연금 광고홍보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1억9360만원을 불과 두 달 만에 KBS 방송 프로그램 협찬 2회로 지출했으며, 국민연금공단도 KBS 방송 프로그램 협찬 1회에 7260만원을 집행해 특정 방송사에 홍보비를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남인순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돼도 전년도에 받은 연금액 보다는 높은 연금을 받는다면서 교묘하게 국민을 속였다"며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현재 20세가 받게 될 총연금액은 14.9%, 30세의 경우 16% 정도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동조정장치는 연금개혁 공론화 의제 숙의 단계에서도 선택받지 못했다. 복지부가 과도하게 혈세를 투입하며 특정 방송사에서 일방적인 주장을 한 것"이라며 "국민에게 책임을떠 넘길 게 아니라 국가 책임을강화하는 방향으로 연금개혁 논의를 이어가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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