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수십 년간 음주와 흡연을 해온 환경미화원이 근무 중 뇌내출혈로 사망한 것은 산업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9부(김국현 부장판사)는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다 숨진 A 씨의 자녀 B·C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8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고인 A 씨는 지난 2007년 4월부터 약 13년간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며 가로수 정비 및 도로청소 업무를 담당했다. A 씨의 근무시간은 오전 5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휴게시간은 오전 8~9시와 오후 12~1시였다. 일주일에 평균 6일간 근무했다.
그는 2019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견관절 회전근개 파열로 병가를 사용하고 복귀한 뒤 청소 분량이 비교적 적은 구간으로 배치됐다.
A 씨는 2020년 7월 24일 퇴근할 무렵 몸이 안 좋다며 휴게실에서 쉬겠다고 했는데, 다음날인 25일 오전 5시께 환경미화원 휴게실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진 상태로 동료에게 발견됐다. 의료기관으로 이송됐지만 사흘 뒤인 7월 28일 오전 9시 20분경 사망했다.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2021년 8월 "고인의 상병은 업무보다는 개인적인 소인에 따른 것"이라며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이에 유족들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 씨의 발병에 업무 가중 요인보다는 개인적 요인이 더 크게 기여했다고 판단해 공단의 손을 들었다.
A 씨의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직접사인은 '뇌내출혈'로, 2011년부터 건강검진 내역에서 고혈압 1기, 이상지질혈증 및 간장 질환 의심 소견이 지속적으로 확인됐지만 병원 진료나 약물 치료를 받은 이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 A 씨는 2016년 정밀 검사에서 지방간과 만성 간질환 진단을 받았다. 2019년에는 어깨 통증으로 내원했지만 혈소판과 혈압에 이상이 있어 수술이 불가능했고, 다시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뇌출혈을 유발하는 질병인 간경변증과 문맥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건강검진 결과와 진료기록 등에 따르면 A 씨는 일주일 평균 4~7일, 하루 평균 소주 3병을 마셨다. 2011년 기준 35년 이상을 하루 15개비, 이후에도 하루 10개비를 흡연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법원 진료기록 감정의 소견을 빌려 "고인의 음주력과 흡연력 등을 고려하면 업무와 무관하게 자연경과적으로 악화돼 뇌내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 자문의 소견을 언급하며 "발병 전 24시간 이내 돌발적 상황이나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는 확인되지 않고, 발병 전 1주간 업무시간이 그 직전 12주간에 비해 30% 이상 증가하지 않았다"며 "4·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 모두 급만성 과로기준에 미달해 거리 청소 업무에서 업무가중요인으로 고려할 부분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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