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다른 선박에서 넘어진 크레인에 깔려 숨졌다 하더라도 선주의 지시를 받고 일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면 직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선박 작업 도중 크레인에 맞아 숨진 갑판장 A 씨의 유족이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를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2019년 11월 충남 보령 위판장에서 B 선박의 갑판장으로 근무하던 중, 나란히 정박해 있던 C 선박에서 작업 중 전복된 크레인에 깔려 숨졌다.
유족들은 2022년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청구했지만, 수협중앙회는 "직무상 사고인지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유족들은 수협중앙회를 상대로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 씨가 사고 당일 선주의 전화를 받고 안전 점검을 위해 출근했다가 변을 당했으므로 직무상 사고가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인은 선주의 지시를 받고 근무 장소인 B 선박으로 출근했다가 사고를 당해 사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 사건 사고는 직무상 사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사고 당시 풍랑 예비특보가 발효돼 있었고, 정박 선박의 안전 점검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선주가 출근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선주가 출근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수협 중앙회 측은 "A 씨가 평소에 도박을 즐겼고 사고 당일에도 도박을 위해 선착장 인근을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다"며 직무상 재해가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구체적 근거가 없는 추정에 불과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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