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검찰개혁 핵심 부상…1년간 줄다리기 예고
  • 정채영 기자
  • 입력: 2025.10.05 00:00 / 수정: 2025.10.05 10:52
내년 10월까지 세부 내용 논의 필요
보완수사로 실체 규명한 사건 많아
"적어도 보완수사요구권" 목소리도
검찰청 폐지 법안 통과 된 후 법조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보완수사권 또는 보완수사요구권의 존폐다. /이새롬 기자
검찰청 폐지 법안 통과 된 후 법조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보완수사권' 또는 '보완수사요구권'의 존폐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지난 2019년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의 피고인 이은해는 보험 사기 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에 앞서 관할 경찰서는 단수 사고로 내사 종결 처리하기도 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보험금 내역·과거 범행 시도·생활자금 흐름을 확인할 것을 경찰에 요구했다. 이를 통해 이은해의 살인미수 혐의를 발견해 재판에 넘겼다. 지난 2023년 대법원은 이은해에게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빌라 세입자를 상대로 795억 원의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세모녀 전세사기 사건'은 단순 사기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다만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조직적 사기 구조와 추가적인 피해자가 밝혀지면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이 송치한 피해자는 51명에 불과했지만 최종적으로 드러난 피해자는 355명이었다. 주범인 김모 씨는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검찰청 폐지 법안 통과 된 후 법조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보완수사권' 또는 '보완수사요구권'의 존폐다. 이 권한이 사라질 경우 수사 공백과 부실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우려와 함께 검찰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26일 오후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야당은 개정안을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검찰은 기소 권한만을 남긴 채 공소청으로 명칭을 바꾸고 수사권은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넘긴다는 내용이 개정안의 골자다.

개정안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10월부터 시행된다. 유예기간 동안 조직 구성을 비롯해 기능까지 구체적 내용이 결정된다.

최대 쟁점은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존폐'다. '보완수사요구권'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미진한 부분이 있을 경우 검찰이 추가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으로 검찰의 기소 여부 판단을 돕기 위한 장치로 도입됐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안건 상정되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자리를 나서고 있다./남윤호 기자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안건 상정되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자리를 나서고 있다./남윤호 기자

◆ 수사 미비점 보완 못하면 피해자 권리 침해 직결

법원 내에도 보완수사권 유지를 바라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수사 과정에 법률 전문가 없이 경찰만 있다면 계곡 살인 사건이나 세모녀 전세사기 사건이 묻힐 뻔했던 것처럼 수사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수사가 단순히 조사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행위 사실이 어떤 법률에 위반된 것인지 판단해야 하는데 경찰에도 교육 과정이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변호사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5일 대한변호사협회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변호사 10명 중 6명이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반대했다. 특히 응답 변호사 88.1%가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요구권을 줘야 한다고 응답했다. 44.6%는 '보완수사요구권과 보완수사권을 모두 부여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지수 여안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보안수사권은 수사권 통제를 위한 마지노선"이라며 "현장에서 수사 초기 미비점을 보완하지 못하면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피해자의 권리 침해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처리의 신속성과 충실성을 위해서라도 보완수사권은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보완수사'요구'권이라도…사건 처리 지연 우려

개정안 통과를 주도한 여권에서도 보완수사권 내지 보완수사요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국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은 "검사의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은 당연히 인정돼야 하고, 부당 또는 미진한 경찰수사의 경우 검사는 담당 경찰관 교체 및 징계요구권을 가져야 한다"며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은 공소제기 판단에 필요한 예외적 조건 하에서만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의 수사가 충분치 않다면 범죄사실에 한해 임의 조사 방식으로 보완수사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완수사권을 남겨둘 수 없다면 최소한 보완수사요구권이라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다만 '요구권'에 구속력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있으나마나 한 제도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경찰도 수사해야 할 사건이 쌓여있기 때문에 한 번 송치하면 보완수사를 요구해도 한계가 있다"며 "검찰도 사건에 책임감을 갖기 힘들어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어떤 형태든 검찰에 수사권을 남겨놓을 경우 과거처럼 권한을 남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한다. 여권에서는 경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했지만 검찰의 끈질긴 보완수사 요구 끝에 이재명 대통령 기소에 이른 성남FC 사건을 예로 들기도 한다.

결국 수사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현실론과 검찰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개혁론이 충돌하면서 공소청의 보완수사 권한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향후 1년간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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