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영봉·강주영·이윤경·정인지 기자]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일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 김포공항 등에서 본격 귀성행렬이 이어졌다. 고향을 찾는 이들은 물론, 장기 연휴를 즐기려는 여행객까지 겹치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는 귀성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합실은 이른 시간부터 고향으로 향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건강식품, 과일, 김, 한과, 케이크 등 각양각색의 선물을 든 이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일제히 부푼 가슴을 안고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시민들은 대형 TV를 보거나 휴대전화를 보다가도 수시로 전광판을 확인하며 버스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충전기 옆에 앉아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거나 일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매표소와 승차권 무인발권기 앞에도 이내 시민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휴대전화를 들고 고향에 있는 부모에게 출발을 알리는 대학생, 호두과자와 젤리를 주며 우는 아이를 달래는 부모, 반려견을 안은 부부, 줄을 선 채로 샌드위치와 김밥, 햄버거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직장인까지 겹치며 대합실은 시끌벅적했다. 행여나 늦을까 급하게 뛰어가는 이들도 보였다.
대학생 이소은(22) 씨는 "엄마한테 보고 싶다고 전화가 와서 전남 장흥에 있는 본가에 간다"며 "지난 설 연휴에는 집에 안 가고 서울에서 쉬고 친구들과 여행을 갔는데, 이번 추석 연휴는 길어서 부모님과 가족들, 강아지를 보러 간다"고 말했다.
친구 사이인 20대 안지호, 한지수 씨는 "연휴가 길어 부산으로 여행을 간다"며 "부산 가서 국밥이랑 밀면을 먹고 싶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같은 시간 서울 용산구 서울역도 귀성객과 여행객으로 붐볐다. 매표소 주변에는 캐리어를 끌고 가방을 멘 시민들이 앉아서 열차 시간을 기다렸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승차 시간을 알리는 전광판을 바라보며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코레일에서 준비한 한가위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역사 내 식당도 수많은 인파로 가득했다. 50석에 가까운 좌석은 이미 만석이었다. 식사를 하던 중 급히 숟가락을 내려놓고 허겁지겁 달려가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열차 시간이 미뤄졌다는 안내방송에 한숨을 쉬는 이들도 보였다.
KTX 열차를 기다리던 60대 김모 씨는 "고향이 경북 포항이라 내려가는 길"이라며 "1년 만에 내려가는 건데 오랜만에 오빠랑 동생이랑 만나 못다 한 얘기를 하고 싶다. 고향 친구들도 보고 푹 쉬다 올 것"이라고 전했다.
40대 박모 씨는 "신랑 고향이 부산이라 아들, 딸 데리고 내려간다. 오랜만에 내려가니 설렌다"며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많이 보고 싶어 하는데, 가서 송편도 만들고 해운대 가서 마음껏 바다도 보고 올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날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은 긴 연휴를 맞아 여행을 떠나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모두 가족,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여행을 앞둔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다.
아내와 아들 손을 잡고 항공편을 기다리던 직장인 박주형(38) 씨는 "가족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어머니는 부산에서 출발하신다"며 "3박4일 제주도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낸 뒤에는 다시 아내 친정에 갈 계획"이라고 했다.
해외에 나갔다 연휴를 맞아 거꾸로 돌아온 시민도 있었다. 김은정(55) 씨는 "연휴에 맞춰서 돌아왔는데, 내일부터는 전부터 부쳐 먹을 것"이라며 "프리랜서인데 이번 연휴는 푹 쉬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포공항에는 '전국공항노동자 총파업으로 2025년 투쟁 승리하자'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도 눈에 띄었다. 환경미화, 교통, 터미널 운영 등 전국 15개 공항 노동자 2000여명은 4조 2교대 근무와 인력 충원, 자회사 직원 불이익 개선 등을 요구하며 전날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