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대표들 '대법관 증원·추천방식' 토론…찬반 결론은 안 내
  • 장우성 기자
  • 입력: 2025.09.27 09:38 / 수정: 2025.09.27 09:38
1·2심 약화 우려…'질 높은 법관 증원' 근본적 대책 요구도
추천위에 비법관 출신 최소 5명 이상·여성 비율 50% 이상
전국 법관 대표들이 여당이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과 대법관 추천 방식을 놓고 토론회를 벌였지만 특정한 결론을 내지는 않았다./더팩트 DB
전국 법관 대표들이 여당이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과 대법관 추천 방식을 놓고 토론회를 벌였지만 특정한 결론을 내지는 않았다./더팩트 DB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전국 법관 대표들이 여당이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과 대법관 추천 방식을 놓고 토론회를 벌였지만 특정한 결론을 내지는 않았다. 다만 대법관 증원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사실심 약화를 우려하며 '질 높은 법관 증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 재판제도분과위원회는 지난 25일 오후 7시부터 3시간 동안 대법원 회의실에서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상고심 제도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지정토론자 김주현 변호사는 토론회에서 대법관 증원 문제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며 상고제도 개선이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수십년간 경제규모 성장, 사건의 다양화에 비해 대법관 수만 큰 차이가 없다"며 "소송당사자나 일반 국민들은 공정하고 권위있는 재판을 받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므로, 증원을 통한 상고심의 병목현상이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관 늘리면 위상이 추락한다? "변화 없을 것"

대법관 증원을 우려하는 논리도 반박했다. 전원합의체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주장을 두고는 여러 보완 방법이 있으며 판사들의 재판연구관 등 대법원 대거 투입으로 1,2심이 약화될 우려도 국회 입법이나 예산 투입에 따른 법관 증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토론에서는 대법관 증원이 대법원 위상이나 권위를 추락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대법원이 최고법원으로서 기능을 유지하는 한 본질적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러 개의 전원합의체를 운영하는 다른 나라에서도 특별한 문제가 확인된 바 없어 소수 대법관으로 1개 전합이 유지돼야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 이재명 정부에서 대법관을 크게 늘리면 정치적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법관 임기가 6년, 대통령 임기 5년과 차이가 거의 없어 정권이 바뀌면 대부분 바뀌게 돼 의미가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있었다. 다만 법관의 질을 유지하면서 증원을 하려면 법관 처우 개선이 돼야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대법관 임명 방식에서는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와 절차적 투명성 등이 개선방향으로 제시됐다.

지정토론자인 유현영 수원지법 여주지원 부장판사는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천거 및 의견 제출 절차를 온라인 방식으로 개선하고, 주요 판례, 재산형성과정 등 후보자들의 검증자료를 적극 공개해 실질적인 의견 수렴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기 위해 추천위원들도 소수자,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비법관 출신과 여성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부장판사는 비법관 출신 최소 5명 이상, 여성 비율 50% 이상 등의 기준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예영 법관대표회의 의장이 26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김예영 법관대표회의 의장이 26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법관대표회의 재판제도 분과위원회 연구 보고서도 이날 일부 공개됐다. 보고서는 "‘상고심 심리 충실화’를 입법취지로 하는 대법원 증원안은 경청할 부분이 많다"며 "대법관 증원 여부를 포함한 상고제도 개선안 관련 법원, 국회, 정부, 학계, 시민단체등이 협의체를 구성해 진지한 토론과 숙의를 통해 우리 국민에게 가장 바람직한 상고제도 모델을 설계하고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대법관 증원 문제를 놓고 상고심만 강화되고 하급심이 부실해져서는 안 된다며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담겼다. 증원의 속도와 범위에 논의가 필요하고 급격한 대규모 증원은 대법원 구성의 정치적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대법관 수를 현재의 2배 이상 증원하면 사법제도 전반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고, 대법관 26~30명으로 구성된 전원합의체는 단순한 다수결로 논의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포함됐다.

◆법원행정처장 추천위원 배제-국회 추천권 삭제 제안도

보고서는 대법관 추천 방식을 놓고는 추천위 독립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절차·심의 실질화로 나눠 의견을 정리했다.

대법원장을 상대로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법원행정처장을 추천위에서 빼거나 대법원장의 비당연직 추천위원 위촉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는 이미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강력한 권한이 있고 정치적 대립으로 위원회 구성 자체가 지연될 수 있어 추천위원 추천권을 갖지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비법률가 추천위원의 대표성 확대 필요성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절차 투명성 확보 방안으로 △회의 절차와 내용 공개 △회의 내용 녹음·속기 △실질적인 추천 경위 보고서 작성 및 공개 △집중 심의를 위한 회의 속행 제도 △위원들의 검증 권한 강화 등이 제언됐다.

2018년 출범한 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의 판사 대표로 구성됐으며 사법부 현안에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하는 역할을 해왔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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