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다빈·정채영 기자]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세 차례 조사 불응 후 자진 출석한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에 대해 엄정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형근 특검보는 17일 브리핑에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한 총재에 대한 피의자 신문을 진행 중"이라며 "이번 조사는 피의자가 3회에 걸친 특검의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공범에 대한 법원의 구속 여부 결정을 지켜본 뒤 임의로 자신이 원하는 출석 일자를 택해 특검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출석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이 사건을 법에 정해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 처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를 상대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현재 체포영장 청구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경우 한 총재가 다시 불출석 한다면 체포영장, 구속영장 청구 등 강제 수사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지난 8일과 11일, 15일 세 차례 한 총재에게 출석을 통보했으나 심장 시술에 따른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에 특검팀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자 한 총재는 이날 오전 9시46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자진 출석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 조사를 위해 50여쪽의 질문지를 준비했다. 한 총재는 진술 거부권 없이 특검팀의 신문에 답변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재는 청탁금지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지난 2022년 1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통일교 현안 청탁을 대가로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과정에 한 총재가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한 총재가 같은 해 2~3월 권 의원을 만나 큰 절을 받고 현금이 든 쇼핑백을 건넨 뒤 권 의원에게서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 수사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특검팀은 통일교 측이 지난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권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을 지원하기 위해 신도들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당원 가입을 추진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권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지원 대상을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으로 바꿨다고 특검팀은 보고 있다.
특검팀은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의혹'과 관련해 실제 청탁을 실현할 수 있는 인물로서 윤석열 전 대통령도 수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특검팀은 오는 18일 오전 10시 구세현 웰바이오텍 대표를, 오는 19일 오전 10시에는 이기훈 웰바이오텍 회장 겸 삼부토건 부회장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뉴시스
특검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특검팀은 오는 18일 오전 10시 구세현 웰바이오텍 대표를, 오는 19일 오전 10시에는 이기훈 웰바이오텍 회장 겸 삼부토건 부회장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웰바이오텍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할 것처럼 투자자를 속여 주가를 부양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배경에 김 여사가 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웰바이오텍은 지난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삼부토건과 함께 참석한 회사로 1400~1500원이었던 주가가 4000원대까지 급등했다. 같은 시기 웰바이오텍은 대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매각하면서 400억 원대의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특검팀은 내달 3일부터 9일까지 추석 연휴 중 구속 기한이 만료되는 경우, 연휴 기간 이전에 구속 기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