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4개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이 인력증원과 정부 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21년 만에 공동파업에 들어갔다. 하루 파업이지만 정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 파업을 예고해 국민 불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 서울대병원, 강원대병원, 경북대병원, 충북대병원 등 4개 국립대병원에서 일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산하 조합원 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식당·미화 직원 가운데 중환자실 등 필수인원을 남긴 2000여명이 이날 하루 공동파업에 나섰다.
이들은 국립대병원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공공·지역의료가 타격을 받고 있지만 내년 정부 예산은 미흡하다며 파업에 돌입했다. 상급종합병원인 국립대병원 경우 전공의 집단 사직과 중증 질환 중심 구조전환으로 업무가 늘었지만 경영 적자와 정부의 총인건비 제한 등으로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치과병원을 제외한 11개 국립대병원들은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수술 등 감소로 2024년 기준 5639억원 적자였다. 2023년 적자 2847억원보다 2배 가량 늘었다.
의료연대본부는 "이재명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지역의료 격차 해소와 공공의료 강화를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예산 규모도 이전 정부와 차이가 없다"며 "병원·돌봄 노동자들 인력 부족과 저임금, 열악한 처우개선 대책도 없다. 공공병원 노동자들은 병원 적자와 정부의 공공기관 지침인 총인건비제, 혁신가이드라인, 경영평가로 노동권을 빼았겼다"고 주장했다.
국립대병원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내년 예산에 국립대병원 시설·장비 지원 268억원을 별도 편성했다. 하지만 이는 1대1 매칭 투자로 적자인 국립대병원들이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고, 인력부족과 저임금 문제 해결에도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또 정부가 기업과 정부 책임 강화 언급없이 내년 건강보험료를 올리고,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
4개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현재 병원 및 보건복지부, 교육부와 교섭을 진행중이다. 주요 안건은 인력증원과 국립대병원 예산 지원 확대, 보건복지부로 소관부처 이관 등이다.
관건은 정부와 합의다. 예산 확대와 총인건비, 총정원제 등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병원 측도 인력증원에 나설 수 없다. 조중래 경북대병원 분회장은 "현장의 인력 충원 요구에 대해 노사가 합의를 한 상황임에도 기획재정부 규제로 (경북대병원은) 60여명에 달하는 인력이 충원되지 않고 있다"며 "결국 인력 부재로 인해 어느 누군가가 업무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정부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규모와 기간을 확대한 2차 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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