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의혹'을 받는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가 17일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자진 출석했다. 한 총재의 세 차례 출석 불응 후 이뤄지는 첫 조사다.
한 총재는 이날 오전 9시46분께 특검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총재는 빗어 올린 머리에 노란색 외투를 입고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조사를 받으러 나왔다.
한 총재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1억 원 전달한 것이 맞는지', '김 여사에게 목걸이와 가방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는지', '특검팀과 일정 조율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조사 일정을 정했는지' 등을 묻자 즉답을 피했다.
이 밖에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 현안 청탁을 했는지', '권 의원 돕기 위해 교인들을 국민의힘에 입당시켰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도 침묵을 지켰다.
한 총재는 일방적인 조사 일정 조율과 관련해 재차 묻자 "내가 수술받고 아파서 그랬다. 그만. 나중에 다 만나서 얘기하자"며 조사실로 향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8일과 11일, 15일 세 차례에 걸쳐 한 총재 측에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 총재는 건강상의 이유로 모두 불출석했다가 자진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출석 거부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통일교는 이날 한 총재 출석 직후 입장문을 내고 "여러 질환과 연관 증상, 기능 저하 등이 발생해 충분한 회복과 질환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료진 소견이 있다"면서 "그러나 한 총재는 법적 절차를 피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확고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법과 절차를 존중하기에 이번 사안에서도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재는 지난 3일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이튿날 오전 심장 관련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검팀은 한 총재 측의 자진 출석 의사와는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단호한 반응을 보였다. 애초 체포영장 청구를 고려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자진 출석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검팀은 한 총재를 상대로 권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경위와 통일교 현안 청탁, 불법 해외 원정도박 의혹 등을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총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지난 2022년 1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통일교 현안 청탁을 대가로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과정에 한 총재가 개입했다고 보고있다.
한 총재가 같은 해 2~3월 권 의원을 만나 큰 절을 받고 현금이 든 쇼핑백을 건넨 뒤 권 의원에게서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 수사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특검팀은 통일교 측이 지난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권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을 지원하기 위해 신도들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당원 가입을 추진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권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지원 대상을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으로 바꿨다고 특검팀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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