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신의료기술 시장 즉시 진입 적용···환자·의료계 반발  
  • 이준영 기자
  • 입력: 2025.09.16 17:18 / 수정: 2025.09.16 17:18
신의료기술평가 3년 유예 개정안 시행 앞둬
충분한 검증 없이 환자에 위험·비용 전가 지적
보건복지부가 이달 시행을 목표로 하는 신의료기기 시장 즉시진입 제도를 두고 16일 환자들과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충분한 검증 없이 기술을 시장에 내보내 환자에게 위험과 비용 부담을 떠넘긴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이날 환자단체, 시민단체,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협회 관계자들이 서울 YWCA연합회에서 만나 개정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 이준영 기자
보건복지부가 이달 시행을 목표로 하는 신의료기기 시장 즉시진입 제도를 두고 16일 환자들과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충분한 검증 없이 기술을 시장에 내보내 환자에게 위험과 비용 부담을 떠넘긴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이날 환자단체, 시민단체,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협회 관계자들이 서울 YWCA연합회에서 만나 개정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 이준영 기자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보건복지부가 이달 시행을 목표로 하는 신의료기기 시장 즉시진입 제도를 두고 환자들과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충분한 검증 없이 기술을 시장에 내보내 환자에게 위험과 비용 부담을 떠넘긴다는 지적이다. 제도 시행 후에도 사회적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16일 환자단체, 시민단체,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협회 관계자들은 서울 YWCA연합회에서 만나 시행을 앞둔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복지부는 법제처 심사를 거쳐 이르면 이달 규칙 개정안을 적용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식약처 의료기기 허가·심사 단계에서 복지부와 협의를 거쳐 새로운 의료기기 품목으로 공고되고 국제적 수준 임상평가를 거친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기술은 신의료기술평가를 최대 3년 유예하며 비급여로 즉시 시장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신의료기술평가는 복지부 위탁을 받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새로운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제도다. 의료기기 업계는 신속한 시장진입을 요구해왔다.

◆"환자 몸은 실험실 아냐" 전면 재검토 촉구

이미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기간이 지난 6월 끝나 외부 의견이 반영될 통로가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자리가 만들어진 것은 환자들과 시민사회, 의료계 우려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입법예고 기간 여러 환자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제도 추진 반대 의견을 냈지만 복지부는 강행했다.

환자들은 안전하고 충분히 검증된 치료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안전하고 충분히 검증된 치료다. 환자 몸은 실험실이 아니며, 환자의 생명은 산업 성장의 비용 항목이 될 수 없다"며 신의료기기 시장 즉시진입 제도 재검토를 정부에 요구했다. 환자와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민주적 검증·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충분한 임상검증과 과학적 근거 마련 이후 환자에게 신의료기술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영국에서 검증이 부족한 인공관절이 대규모로 시술됐다가 금속 파편으로 수천명이 고통받았던 사건과 미국에서 디지털 헬스 기기가 안전성 검증 없이 판매됐다가 환자들이 사망 위험에 직면했던 일들을 거론했다. 김 대표는 "이 사례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검증을 생략한 빠른 도입이 환자 피해와 사회적 불신으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오주환 서울대 의대 교수는 "국가와 사회가 감당할 비용을 약자인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며 "시장 진입을 우선하고 증거를 시장에서 형성하는 과정으로 간다면 이것이 실험이란 것이 환자에게 제대로 고지돼야 하는데 이것이 실행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안전, 의료비재원의 지속 가능성에 위협이 되고, 의료산업계에도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하는 개정안 시행을 당장 멈추고, 충분한 공공투자와 지원을 통해 혁신의료기술 잠재력을 가진 산업계를 장기적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며 "이것이 환자와 의료 소비자를 위한 신의료기술들이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시장에 진입해 필요한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유력한 정책방안"이라고 했다. 의료기기 시장 즉시진입 제도는 국민 의료비 급격한 상승, 실손보험료 상승과 의료서비스 보장율 하향을 일으킨다는 의견이다.

의료기기 업계는 식약처 허가 단계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다며 즉시 진입 제도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식약처 허가 단계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수행하는 신의료기술평가는 평가 항목이 달라 중복규제가 아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8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의료기기 업계는 식약처 허가 단계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다며 즉시 진입 제도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식약처 허가 단계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수행하는 신의료기술평가는 평가 항목이 달라 중복규제가 아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8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반면 의료기기 업계는 식약처 허가 단계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다며 즉시 진입 제도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종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신의료기술평가 분과장은 "식약처 허가 단계에서 국제 기준에 맞춰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충분히 검증된다"며 "신의료기술평가는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급여권 진입 시와 진입 이후 임상적 유용성과 재정 영향을 판단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신의료기술평가 적용 범위를 줄이고 급여 진입시와 진입 이후 사회적 이슈가 있거나 필요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식약처 허가 단계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수행하는 신의료기술평가는 평가 항목이 달라 중복규제가 아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전진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의료기기 경우 기기 자체가 아니라 의료인의 행위가 효과를 낳는다. 예컨대 인공관절 그 자체가 효과를 내는 게 아니라 인공관절치환술이라는 의료진의 임상적 '행위'가 필요하다"며 "식약처 허가 단계에서는 인공관절이 기술적으로 안전하고 의도된 성능을 발휘하는지 확인하고, 해당 인공관절로 실제 임상에서 인공관절치환술을 했을 때 환자 안전은 어떻고 유효성이 있는지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신의료기술평가로 검증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의료기기를 활용하는 의료기술에 대해 의료기기 허가 후 별도 절차를 둬 검증한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김동현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신의료기술평가가 시간이 오래 걸리니 어떤 기술은 시장에 빨리 들어와 현장에서 사용해보자는 취지다. 다만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lovehope@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