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지역의료 악화로 적자가 이어지는 국립대병원 4곳 노동자들이 인력 충원과 공공의료 확대를 요구하며 17일 공동파업을 예고했다. 정부가 지역의료 강화를 내세웠지만 내년에도 관련 예산이 미흡하다며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5일 강원대병원,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충북대병원 등 4개 국립대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식당·미화 직원 등 8600여명은 정부와 병원 측에 공공·지역의료 붕괴, 인력부족, 저임금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17일 공동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의료연대본부 산하 4개 국립대병원 노동조합은 파업 등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이번 국립대병원 공동파업이 이뤄질 경우 2004년 파업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다.
이들은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업무가 늘었지만 경영 적자와 정부의 총인건비 제한 등으로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부터 진행중인 의료개혁 일환으로 대부분 국립대병원들이 중증질환 중심으로 구조가 전환되면서 환자 중증도가 높아져 노동강도가 올라갔지만 현장인력 충원은 미미했다는 주장이다. 대부분 국립대병원들은 2024년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적자가 급증했다. 치과병원을 제외한 11개 국립대병원들은 2024년 기준 563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적자 2847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지역 의료와 공공의료 강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정작 내년 정부 예산안에 관련 항목 지원 확대는 미흡하다는 비판이다. 국립대병원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시설·장비 지원 268억원을 별도 편성했다. 하지만 이는 1대1 매칭 투자로 적자인 국립대병원들이 투자에 나서기 어렵고 당장의 인력부족과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이재명 정부는 말로는 공공의료와 지역의료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실제 내년 정부 예산에 공공의료, 지역의료 강화와 건강보험 국고지원 예산은 사실상 윤석열 정부와 다를 바 없다"며 "붕괴 위기의 응급 상황에 추상적인 중장기적 처방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연대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특히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병원을 떠난 이후 경영이 악화됐다. 전공의 업무가 전가되고 중증질환 중심으로 구조가 바뀌고 있지만 정부의 총인건비와 정원제로 병원 노동자들은 인력부족과 저임금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국립대병원 주관 부처가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대통령실, 보건복지부, 교육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17일 이후에도 추가 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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