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내년 건강보험료율이 이번주 결정된다. 재정 악화로 3년 후 고갈되지만 저성장 고착화와 고물가에 따른 국민 부담이 큰 점도 고려 대상이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결정한다. 정부는 보혐료율 인상을 기대하고 있지만 저성장과 고물가 등 국민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보험료를 인상하기 쉽지 않은 여건도 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은 근로자와 사용자 등 가입자 대표 8명, 의약계 대표 8명, 복지부·기획재정부 등 공익위원 8명, 위원장(복지부 제2차관)까지 모두 25명이다.
작년에 결정한 올해 보험료율은 7.09%다. 지난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0.9%포인트(P) 인상안이 제기됐지만 고물가에 대한 국민 부담과 의료공백에 따른 환자 피해를 고려해 동결됐다.
올해도 저성장, 고물가로 인한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올해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0.9%,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망치는 지난 1월 정부가 예상한 수치(1.8%)의 절반으로 줄었다. 5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대로 저성장이 이어진다. 정부 전망대로 2년 연속 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하면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53년 이후 처음 겪는 일이 된다. 과거에는 성장률이 낮은 이후 기저효과로 반등했지만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가 바뀌었지만 건강보험 보장성도 크게 높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 보험료율을 높일 경우 수용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원진녹색병원 전문의)은 "건강보험 보장성이 거의 확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험료율을 높이면 국민들이 반발할 것"이라며 "과거 정부들은 건강보험 보장률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번 정부는 보장률 목표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60%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80%를 밑돈다.
실제로 국민 10명 중 8명은 내년 건강보험료율을 동결 또는 인하를 원한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만 20세 이상 1007명 대상으로 실시한 '2025 국민건강보험 현안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2026년도 보험료율을 인하 또는 동결해야 한다는 응답이 80.3%로 2020년 조사 이래 최고치였다. '동결' 응답은 45.2%, '인하'는 35.1%였다.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은 19.7%였다.
본인이나 가계 소득에 비해 건강보험료 수준이 ‘부담된다’는 응답은 77.6%에 달했다. ‘보통이다’는 응답은 17.6%, ‘부담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4.8%에 그쳤다. 보험료율의 법정상한(현재 8%)을 높이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에 대해서는 부정적(54.1%) 의견이 긍정(32.3%) 의견보다 많았다.

반면 건강보험 재정 고갈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은 초고령화, 정부 의료개혁 사업에 건강보험 재원 투입, 과도한 의료비 등으로 올해 적자가 되고 3년 후 고갈된다. 2년 연속 보험료율이 동결된 상황에서 인상론도 제기된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해 지출 효율화와 법정 국고지원 비율 준수 등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09~2019년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를 주도하는 주 요인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이었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불필요한 고비용 의료서비스 이용 및 과잉 진료에 대한 통제가 우선돼야 하지만 의료서비스 항목별로 이미 설정된 가격을 책정·지급하는 현재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의료서비스 공급자가 진료량과 진료행위를 스스로 통제할 유인이 많지 않다"며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주요 기여 요인이라는 사실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적용되는 행위별 수가제 변화가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의뢰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국민중심 의료개혁 추진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도 '행위별수가제' 기반 보상체계 문제를 지적했다. 진료 행위의 양에 따라 보상하는 행위별 수가제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5개년 국정운영 계획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해 국고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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