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이 올해 초 국민연금 개혁 와중에 노후 보장 강화가 필요하다는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가 영구 비공개 처리된 것과 관련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22일 냈다. 연금행동은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청년연대, 양대 노총 등 300여개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단체다.
이날 연금행동은 지난 21일 보도된 <더팩트> 기사를 인용하며 "국민연금연구원은 노인빈곤 전망과 공적연금의 역할 제언 등 연구결과가 담긴 '공적연금 미시모의실험모형 개발' 보고서를 영구 비공개 처리했다. 기사에는 국민연금연구원이 공개 여부를 발간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한 것이라고 돼있지만 복지부 요청으로 작성된 연구결과를 정보기관도 하지 않을 영구 비공개라는 강경조치를 위원회 단독 결정이라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만약 정부와 국민연금연구원이 이를 의도적으로 은폐해 연금개혁 논의에 특정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자 한 것이라면 정부가 산하 연구기관의 연구결과에 정치적 목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연구 독립성을 저해한 것일 뿐 아니라 공적연금 강화를 열망하는 시민 뜻을 왜곡한 폭거"라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국민 세금과 연금 보험료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연구원의 연구자가 정식으로 수행한 연구결과로 재정 안정을 중시한 보건복지부 연금개혁안과 배치되는 분석 결과가 담겼다.
한정림 국민연금연구원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발간심사위원회는 작년 12월 완성된 해당 보고서를 연금개혁 논의가 한창이던 올해 2월 회의를 열었으나 보고서 공개 여부를 보류하고, 연금개혁이 실현된 뒤인 5월에 다시 회의를 열어 보고서를 영구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 사이 연금개혁은 3월 완료됐다.
연금행동은 "이러한 작태는 국민 알 권리와 연구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은 물론, 연금개혁 논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고의로 은폐한 것으로 윤석열 정부가 쉼없이 자행했던 연금개혁 농간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해당 보고서는 NPRI 빈곤전망모형 등을 고도화한 ‘공적연금 미시모의실험모형(PPSIM)’ 프로그램으로 소득분배지표를 전망했다. 그 결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는 경우 노인빈곤율은 2025년 37.4%에서 2050년 42.3%로 악화되고, 빈곤 심각성을 나타내는 노인 빈곤갭은 2025년 30.9%에서 2050년 37.2%로 나빠진다. 소득 불평등 정도인 노인 지니계수는 2025년 0.375에서 2050년 0.416으로 악화된다.
보고서는 악화되는 노인 빈곤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기초연금보다 국민연금 개선이 효과적이며, 기초연금 개선은 물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 크레딧 확대, 기준소득월액 상한 조정, 임의가입 활성화 등 보장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정책제언을 담았다.
연금행동은 이러한 보고서 내용에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대표단이 결정했던 개혁방안과 일치하는 것으로 시민의 뜻이 옳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해주는 중요한 연구결과"라며 "윤석열 정부는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공적연금을 더욱 강화하기에도 시급한 마당에 국민의 연금을 삭감하는 자동조정장치는 브리핑까지 해가며 홍보한 반면 공적연금 강화 필요성을 담은 연구결과를 영구 비공개해 은폐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4월 국민들이 참여한 공론화 결과는 자동안정장치 도입 없이 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 높여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복지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정부 연금 개혁안은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2%로 높이되 고령화 저출산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 삭감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복지부 개혁안에 따라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소득대체율을 2%포인트 올려도 연금액이 깎인다. 지난해 10월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동조정장치 정부안 도입 시 20대∼50대 대표 연령대 모두에서 생애 받는 연금액이 7000만원 이상 삭감됐다.
연금행동은 보고서 영구 비공개 결정 관련 "정부가 정책결정 투명성과 책임성, 연구기관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의사결정 과정과 당시 복지부 실무 총괄 책임자 관련 여부, 윗선 어디까지 책임이 있는지 등을 조사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은 물론 재발방지 대책 수립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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