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핵심 관계자들을 줄줄이 부르며 광폭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검팀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과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최진규 전 해병대 포11대대장, 염보현 군검사(소령)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
임기훈 전 비서관은 이날 오전 9시 36분께 3차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나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기록 회수 지시했나', '대통령이 박정훈 대령 항명 혐의 수사하라고 지시했나', '대통령이 혐의자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빼라고 말했나'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염보현 소령은 오전 9시 37분께 2차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조사실로 향하며 '박정훈 대령 구속영장 청구서에 대통령 격노는 망상이라는 문구 직접 작성했나', '군검찰단장 지시로 망상 문구 작성했나', '누구 지시로 청구서를 여러 사람과 작성했나' 등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오전 9시 40분께 4차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출석한 조태용 전 원장(사건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여러 차례 조사를 받고 있는데 소명할 게 따로 남았나' 등 질문에 "성실하게 잘 답변하겠다"고만 답했다.
이어 최진규 전 대대장은 오전 10시 2분께 첫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나왔다. '박상현 전 해병대 1사단 7여단장에게 수중수색 지시 받은 적 있나', '상급부대 지침 위반하고 장병들에게 수중수색 지시한 경위가 뭔가', '임성근 전 사단장이 수중수색 어렵다는 건의 묵살했나', '안전장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하다는 생각 안했나' 등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다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짧게 말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집중호우로 발생한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순직한 해병대원 채상병 사건 관련 윤석열 정부의 공수처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 등 8개 혐의를 수사한다.
최 전 대대장은 채상병 사망 전날인 2023년 7월 18일 자체 결산 회의를 주재하면서 "내일 우리 포병은 허리 아래까지 들어간다. 다 승인받았다"며 채상병이 속한 포7대대가 사실상 수중수색으로 오인할 수 있는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해병대 수사단은 2023년 7월 30일 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 피의자로 특정한 초동수사 결과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처음 보고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튿날인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뒤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결과를 바꾸도록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 국방부는 같은날 오후 예정됐던 언론 브리핑을 취소했다.
회의 이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을 통해 박정훈 대령에게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박 대령은 지시를 따르지 않고 사건 기록을 경찰에 이첩해 항명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올해 박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군검찰은 항소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2일 사건을 이첩받은 뒤 항소심 3차 공판을 이틀 앞둔 같은달 9일 서울고법에 항소취하서를 제출했다.
국방부검찰단 보통검찰부는 지난 2023년 8월 30일 박정훈 대령을 상대로 4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냈다. 당시 구속영장청구서에는 염 소령의 이름만 기재됐다. 다만 특검팀이 국방부 컴퓨터 프로그램의 문서 편집 기록을 확인한 결과 구속영장 청구서는 염 소령 혼자가 아닌 군검사들이 팀을 이뤄 분업해 문서를 편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 전 비서관과 조 전 원장은 '윤석열 격노'가 불거진 회의 참석자로, 임 전 비서관은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런 일로 (임성근 전)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해병대에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다. 앞서 임 전 비서관은 지난달 25일 첫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화를 냈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며, 조 전 원장도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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