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해인 기자]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 구속영장청구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한 혐의를 받는 염보현 군검사(소령)가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에 출석했다.
염보현 소령은 13일 오후 3시 8분께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초 출석이 예정됐던 오후 1시 30분보다 1시간 38분 늦게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나왔다.
염 소령은 얼굴에는 검정 마스크와 안경을 쓰고 귀에는 무선 이어폰을 꽂은 채 고개를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조사실로 향했다. '박정훈 대령 수사 과정에서 기소까지 어떤 외압을 받았나', '윤석열(VIP) 격노'는 왜 망상이라고 표현했나', '구속영장 청구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도와준 적이 있나. 아니면 지시한 적 있나'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인가'라고 묻자 "말씀을 드릴 수 없다"고만 답했다.
국방부검찰단 보통검찰부는 지난 2023년 8월 30일 박정훈 대령을 상대로 4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냈다. 당시 구속영장청구서에는 염 소령의 이름만 기재됐다. 이에 박 대령은 지난해 3월 국방부 조사본부에 염 소령을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감금미수죄 등 혐의로 고소했다. 박 대령의 항명죄 사건 수사와 구속영장 청구, 공소유지를 담당한 염 소령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17가지 허위사실을 적시해 군사법원에 제출했다는 이유다.
다만 특검팀이 국방부 컴퓨터 프로그램의 문서 편집 기록을 확인한 결과 구속영장 청구서는 염 소령 혼자가 아닌 군검사들이 팀을 이뤄 분업해 문서를 편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이날 조사에서 군검사들이 구속영장 청구서를 어떻게 분담해서 작성했고, 지시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파악할 방침이다.
박 대령은 지난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집중호우로 발생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원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를 맡았다. 같은달 3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임성근 전)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는 '윤석열(VIP) 격노설'을 처음 폭로했다.
회의 이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을 통해 박정훈 대령에게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박 대령은 지시를 따르지 않고 사건 기록을 경찰에 이첩해 항명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올해 박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군검찰은 항소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2일 사건을 이첩받은 뒤 항소심 3차 공판을 이틀 앞둔 같은달 9일 서울고법에 항소취하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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