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인지 기자]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교사한 혐의를 받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비서관이 교회를 여러 차례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운영자 신혜식 씨는 윤 전 대통령이 전 목사에게 '서부지법으로 모여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경찰이 13일 신 씨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분석에 나서면서 경찰의 서부지법 폭동 배후 수사가 대통령실로 확대될 전망이다.
전 목사는 이날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 사회수석실 비서관이 우리 교회에 여러 번 왔다"며 "비서관에게 '대통령이 왜 이렇게 정치하느냐. 이러면 반드시 탄핵된다'고 말했지만, 윤 전 대통령에게 전달은 안 된 것 같다. 수석이면 몰라도 비서관은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끄는 주체로서 서부지법 폭동 직전 윤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요청받은 것이 있냐'는 질문에 "(윤 전 대통령이) 전화를 해야 받든지 말든지 하지, 우리가 도와줘서 대통령으로 당선돼도 전화 한 통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에서 '인원을 모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냐'는 질문에는 "질문을 왜 또 하냐"며 즉답을 피했다. 전 목사는 대통령실과의 접촉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실의 구체적인 인원 동원 지시 여부 등은 밝히지 않았다.
전 목사의 기자회견은 윤 전 대통령 측이 전 목사에게 '서부지법으로 모여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 만에 열렸다. 전 목사와 함께 수사를 받고 있는 신 씨는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성삼영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이 보낸 문자메시지 등을 공개하며 대통령실이 지지자들을 동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신 씨는 신남성연대 대표 배모 씨에게 지난 1월18일 오전 11시50분께 "교회 쪽 번호로 연락이 와 대통령이 전 목사에게 서부지법으로 모여달라고 부탁받았다고, 오후 4시 집회를 연기해달라고 연락받았다"며 "이유는 대통령 서부지법 출석"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신 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경찰에 임의제출했다. 경찰은 신 씨의 휴대전화를 분석한 뒤 서부지법 폭동 사태 전 대통령실이 전 목사에게 윤 전 대통령 지지자 결집을 요청한 사실이 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전 목사는 이날 특수건조물침입과 특수공무집행방해 교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 혐의 또한 전면 부인했다. 전 목사는 "나는 서부지법 사태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며 "당일 집회에서 연설을 5분도 하지 않았고, 집회를 끝내고 자체 방송을 한 시간이 9시다. 난동과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이어 "서부지법을 침입해서 들어간 사람들은 다른 단체"라며 "거기에 우리 특임전도사가 있었다고 하는데, 특임전도사라는 말은 없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특정 유튜버들에게 자금을 지원한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를 두고는 "광화문 운동에 나오는 유튜버들에게 10만~20만원을 줬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주일 설교를 해서 교회 재정부에서 한달에 2000만원을 받고 있다"며 "2000만원으로 시민단체 등을 지원해 광화문 운동을 계속 이끌어온 것"이라고 했다.

전 목사는 "광화문 운동에 나오는 유튜버들에게 10만원~20만원을 줬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주일 설교를 해서 교회 재정부에서 한달에 2000만원을 받고 있다"며 "2000만원으로 시민단체 등을 지원해 광화문 운동을 계속 이끌어온 것"이라고 밝혔다. /서예원 기자
전 목사가 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구속 기소된 극우 유튜버 등에게 교회 자금을 활용해 매달 영치금을 보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헌금이 다 내 것이냐"며 "은퇴한 목사라 재정에 대해 간섭하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전 목사는 지난 5일 경찰의 압수수색 전 본인의 휴대전화를 교체했다고도 했다. 전 목사는 "하도 압수수색을 당해 3개월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압수수색 두 달 전에 휴대전화를 바꿨는데, 올 걸 알았으면 하루 전에 바꿀 걸 잘못했다"고 전했다.
전 목사는 지난 1월19일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 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이들을 선동한 혐의를 받는다.
전 목사는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광화문 집회와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국민 저항권을 발동하겠다"고 주장하며 폭동을 선동한 의혹을 받고 있다. 서부지법 폭동 직전인 지난 1월18일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와 체포영장 발부는 모두 불법이라서 끝까지 저항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경찰은 지난 5일 특수건조물침입 교사 등 혐의로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관련 8곳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관련자 3명, 신 씨, 배 씨, '손상대TV' 채널 유튜버 손상대 씨, 김수열 전국안보시민단체총연합회장 등 7명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를 내렸다.
경찰은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들이 종교적 신앙심을 이용한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 목사가 특임전도사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해 서부지법 폭동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inj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