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혐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국방부 검찰단 소속 군검사들이 분업해 작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지시한 책임자를 압축하고 있다.
13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지난 2023년 8월 30일 국방부검찰단 보통검찰부가 박정훈 대령을 상대로 낸 42쪽 구속영장청구서를 군검사 여러 명이 나눠 작성한 정황을 파악했다.
당시 구속영장청구서를 보면 염보현 군검사(소령)의 이름만 기재돼 있는데, 실제로는 염 소령 혼자가 아닌 군검사들이 팀을 이뤄 분업해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구속영장 청구서 작성이 군 검사들의 '합작품'이었다는 뜻이다.
당시 구속영장 청구서를 작성한 컴퓨터 기록에는 누가 어떤 내용을 작성했는지 내역이 남아있었고, 오히려 염 소령이 작성한 부분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윗선 지시가 아니었다면 군검사들이 나서 구속영장 청구서를 공동 작성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박정훈 대령은 지난해 3월 국방부 조사본부에 영장에 이름이 기재된 염 소령을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감금미수죄 등 혐의로 고소했다. 박 대령의 항명죄 사건 수사와 구속영장 청구, 공소유지를 담당한 염 소령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17가지 허위사실을 적시해 군사법원에 제출했다는 이유다.
다만 조사본부는 구속영장 청구서 작성 및 검토에 참여한 김민정 당시 보통검찰부장(중령)을 참고인 조사하고 염 소령은 지난 3월 국방부검찰단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후 사건은 특검에 이첩됐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염 소령의 윗선인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준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김 전 단장을 상대로 박 대령의 구속영장 청구서 작성에 관여했는지 여부도 캐물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이날 오후에는 염 소령이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 피의자로 출석한다.
박 대령은 지난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집중호우로 발생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원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를 맡았다. 같은달 3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임성근 전)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는 '윤석열(VIP) 격노설'을 처음 폭로했다.
회의 이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을 통해 박정훈 대령에게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박 대령은 지시를 따르지 않고 사건 기록을 경찰에 이첩해 항명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올해 박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군검찰은 항소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2일 사건을 이첩받은 뒤 항소심 3차 공판을 이틀 앞둔 같은달 9일 서울고법에 항소취하서를 제출했다.
h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