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돌아와도···필수·지역의료 부족 여전
  • 이준영 기자
  • 입력: 2025.08.11 17:20 / 수정: 2025.08.11 17:20
하반기 전공의 1만3498명 모집 시작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들은 이날 사직 전공의 등 대상으로 하반기 모집을 시작했다. 사진은 지난 5월 9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 사진=서예원 기자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들은 이날 사직 전공의 등 대상으로 하반기 모집을 시작했다. 사진은 지난 5월 9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 사진=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사직 전공의들이 복귀해도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부족 현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조치를 추진할 방침인 가운데 공공의대·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의대 증원 논란이 크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들은 이날 사직 전공의 등 대상으로 하반기 모집을 시작했다. 이번 모집인원은 1만3498명이다. 인턴 3006명, 레지던트 1년차 3207명, 레지던트 상급연차(2∼4년차) 7285명을 뽑는다.

의대증원 반발로 1년 6개월동안 수련병원과 환자 곁을 떠났던 전공의 다수가 복귀할 전망이다. 과거에 3차례 전공의 모집 때는 소수만 복귀했다. 그러나 공백이 길어지면서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들이 늘었고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전공의 내에 정부와 대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 기존 강경파 지도부가 교체됐다.

새 대전협 지도부는 정부 여당과 복귀 방안을 논의했고 수련 연속성 보장을 요구했다. 정부 여당은 이들이 원래 근무하던 병원과 과목으로 돌아오는 경우 정원이 초과해도 받아주기로 했다. 또 정부는 입영 대기 상태인 전공의가 복귀할 경우 수련을 모두 마친 후 입영할 수 있는 입대 연기와 제대 후 원래 수련하던 병원으로 복귀하도록 조치했다.

사직 전공의들 다수가 병원으로 돌아가면 의료공백은 일정 부분 해소될 전망이지만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의정 갈등 이전에도 필수의료 분야와 지역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부족했으며 응급실 뺑뺑이 문제도 있었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 기준 전국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필수의료 분야 외과 전문의는 6716명, 신경외과 전문의 3160명,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1191명이었다. 인구 1000명당 각각 0.13명, 0.06명, 0.02명에 불과했다. 산부인과는 여성 인구 1000명당 전문의 수가 전국 0.24명으로 0명대에 그쳤다. 17개 시도 중 12개 시도가 전국 평균을 밑돌았고 경상북도가 0.16명으로 가장 낮았다.

필수의료 분야가 아닌 성형외과, 피부과 지원 추세도 이어지고 있다. 2018년까지 정원 100%를 충원했던 소아청소년과는 2019년 92.4%로 하락하기 시작해 2020년 71%, 2021년 36.8%, 2022년 27.5%, 2023년 25.5%까지 떨어졌다. 매년 90% 넘는 정원 확보율을 보이던 산부인과도 2018년 80.3%에서 2022년 68.9%로 하락했다. 반면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 인기과 지원율은 높았다. 2015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평균 전공의 확보율은 피부과 99.9%, 안과 99.3%, 성형외과 99.6%였다.

이재명 정부는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국민참여 의료혁신위원회를 통해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 의료사고 시 의사 사법부담 완화 등 갈등이 큰 사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새 정부는 필수의료 수가를 높이더라도 의사들이 지역 근무와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공공의대 설립과 공공병원 확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공의대 설립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을 설립해 학생들에게 학비, 생활비 등을 지원하고 졸업 후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에 10년간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의무 복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지역의사제는 일반의대가 필수의료 분야와 지역에서 근무할 학생을 따로 선발해 장학금과 기숙사비 등 지원하고 10년 간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에 의무 근무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반면 의사 단체들은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가 의사들 근무 선택 자유를 침해하고 효과는 졸업 후인 10년 후에 나타난다"며 반대하고 있다.

11일 사직 전공의들 다수가 복귀해도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부족 현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조치를 추진할 방침인 가운데 논란이 큰 공공의대·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의대 증원이 관건이다. 사진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7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7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는 모습. /사진=임영무 기자
11일 사직 전공의들 다수가 복귀해도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부족 현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조치를 추진할 방침인 가운데 논란이 큰 공공의대·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의대 증원이 관건이다. 사진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7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7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는 모습. /사진=임영무 기자

의료사고 시 의사 사법부담 완화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복지부는 사직 전공의들 3대 요구안 중 하나인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관련해 의료사고 공적 배상체계 구축, 최선을 다한 필수의료에 대한 사법적 보호체계 마련 등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을 국민참여 의료혁신위원회 등을 통해 논의할 계획이다. 전공의 뿐 아니라 의사 사회 대부분은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 의료사고에 대한 기소가 다른 나라보다 과도하다며 법적 부담을 완화해야 필수의료 인력 지원이 늘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2020년 발간한 보고서는 2013∼2018년 우리나라에서 검사가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한 건수는 연평균 754.8건이라며 기소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환자단체들과 시민사회는 의료사고에 대한 의사 과실을 환자가 입증해야 하는 사법체계에서 의사 사법 처벌까지 완화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또한 의사협회 보고서는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가 연구용역 한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현황 분석 및 함의' 보고서에는 최근 5년(2019~2023년) 의료사고로 의사가 기소돼 1심 판결이 나온 사건은 연평균 34건이다. 여기에 약식기소까지 합쳐도 연간 기소 건수가 50건 미만으로 추정됐다.

특히 정부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기소된 진료 과목은 비필수 과목 비중이 컸다. 필수의료 인력 확대를 위해 사법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의사들 주장과 일정 부분 배치되는 내용이다. 피고인 190명 중 정형외과 30명, 성형외과가 29명으로 각각 15%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필수과인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등은 각각 3∼6%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은 "의료사고로 실제 실형을 받는 의사들은 연 평균 5건 정도로 사법 처벌이 과도하다는 것은 사실을 왜곡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적정 의사 수와 관련해 정부는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추계 결과를 토대로 내년 4월까지 2027학년도 의대 정원 규모를 결정한다. 수급추계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 15명은 지난달 말 위촉됐다. 15명 위원 중 공급자단체 추천위원은 8명, 수요자단체 추천위원 4명, 학회·연구기관 추천위원 3명이다.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공급자단체 추천위원을 과반수로 구성했다.

의사들은 의사 수는 충분하다며 필수의료에 대한 의료수가를 높여 유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여론은 국민 10명 중 9명이 의대 증원에 찬성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2023년 12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서던포스트를 통해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16명 대상 조사 결과 89.3%가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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