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 기자] 경찰이 피해자의 처벌 의사나 교제 여부와 무관하게 교제폭력에 적극 개입하기로 했다. 반복된 접근이나 폭력 정황이 있으면 스토킹처벌법 등을 적용해 선제적 보호 조치에 나선다.
경찰청은 10일 "'교제폭력 대응 종합 매뉴얼'을 제작해 전국 경찰관서에 배포하고, 관련 입법 전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없도록 대응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경기 화성·대구·대전 등에서 발생한 교제살인 사건으로 국민적 불안이 높아지자 관련 대응책을 마련했다. 이번 매뉴얼에는 피해자 진술 없이도 경찰이 폭력 상황의 맥락과 정황을 근거로 스토킹처벌법 등 각종 법을 적용할 수 있는 기준과 사례가 담겼다.
경찰은 반복적 폭행이나 위협, 이별 통보 이후의 폭력적 접근, 위험물 사용 등의 경우 스토킹처벌법은 물론 상습폭행, 특수폭행, 재물은닉 등 다양한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특히 연인 간 다툼 발생 시 특수폭행, 협박, 재물손괴 등에 해당하는지 확인 후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피해자 처벌 의사와 무관하게 형사 입건 가능하다. 단순 폭행이라도 물병, 우산 등을 들고 위협한 경우 특수폭행으로, 휴대전화를 강제로 확인한 행위는 재물은닉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
피해자가 접근금지를 원하면 일회성 행위에도 긴급응급조치 결정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교제 중이라 해도 전후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스토킹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한다. 피해자를 따라가 20분간 문을 두드린 행위도 '지속성' 요건을 충족해 스토킹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청은 오는 9월11일 국회에서 '교제폭력 대응 세미나'를 개최해 교제폭력 제도적 대응 필요성을 알리고, 입법화를 위한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조주은 경찰청 여성안전학교폭력대책관은 "이번 매뉴얼은 교제폭력 입법 전이라도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도록 마련된 매우 뜻깊은 성과"라며 "일선 수사 현장의 혼선을 줄이고, 피해자 보호 조치를 보다 신속하고 일관되게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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