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입영 연기' 특례 수용한 정부···"의사불패 재확인"
  • 이준영 기자
  • 입력: 2025.08.07 18:38 / 수정: 2025.08.07 18:38
특혜 반대 여론에도 전공의 '입영 연기·자리 보장' 요구 수용
집단행동 재발 방지 조치 전무...환자들 "집단행동 재발 가능"
7일 사직 전공의 특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은 복귀 시 입영 연기와 제대 후 자리 보장을 요구했고 정부는 수용했다. 정부와 정책 갈등으로 집단 사직해 환자들 질병이 악화하거나 사망했지만 집단행동 재발 방지 대책 없이 특례를 받고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진은 김국일(오른쪽 두번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과 한성존(왼쪽 두번째)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 등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달개비에서 열린 전공의 수련협의체 3차 회의 시작에 앞서 대화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7일 사직 전공의 특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은 복귀 시 입영 연기와 제대 후 자리 보장을 요구했고 정부는 수용했다. 정부와 정책 갈등으로 집단 사직해 환자들 질병이 악화하거나 사망했지만 집단행동 재발 방지 대책 없이 특례를 받고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진은 김국일(오른쪽 두번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과 한성존(왼쪽 두번째)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 등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달개비에서 열린 전공의 수련협의체 3차 회의 시작에 앞서 대화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정부가 사직 전공의 특혜 반대 여론에도 복귀 시 입대 연기와 입대 예정자의 제대 후 자리 보장 요구를 받아들였다. 집단 사직으로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환자들 질병이 악화하거나 사망했지만 집단행동 재발 방지 대책 없이 전공의들은 특례를 받고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7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의료계는 서울시 중구 달개비에서 제3차 수련협의체 회의를 열고 전공의 복귀 방안에 대해 이 같이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련협의체 회의에는 이진우 대한의학회장, 김원섭 대한수련병원협의회장, 유희철 수련환경평가위원장,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김동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등이 참석했다.

복지부 설명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가 하반기 모집을 통해 복귀하는 경우 복지부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수련을 마친 후 의무장교 등으로 입영할 수 있도록 입대 연기를 최대한 조치할 계획이다. 의무사관후보생인 미필 전공의들은 수련을 마칠 때까지 입영을 미룰 수 있지만 지난해 사직한 전공의 경우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입영 대상이 됐다. 이번에 복귀하면 다시 입대 연기가 가능해진다.

복귀 규모에 따라 수련 중 일부 전공의들이 입대할 경우 제대 후 수련하던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귀 규모에 따라서 전공의들이 수련 중 입영할 수도 있을 텐데, 사후 정원을 인정하는 걸로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대전협, 대학의학회는 이미 입대한 사직 전공의들이 2028년 전역 후 기존 수련병원에서 사직 전 전공 과목과 연차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자리 보장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수용하지 않고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하반기 모집은 각 병원별, 과목별, 연차별 결원범위에서 모집하되 사직전공의가 사직 전 근무하던 병원, 과목 및 연차로 복귀하는 경우 사직 전공의 채용은 각 수련병원에서 자율로 결정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정원 초과가 발생하는 경우 절차에 따라 인정한다. 기존 소속 병원·과목·연차 자리가 승급자 등으로 채워진 경우에도 사직 전공의 자리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오는 11일부터 병원별로 모집을 진행한다.

정부는 사직 전공의들이 주장했던 3대 요구안 중 하나인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를 놓고는 의료사고 공적 배상체계 구축, 최선을 다한 필수의료에 대한 사법적 보호체계 마련 등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을 국민 참여 의료혁신위원회 등을 통해 논의하고 구체화한다고 밝혔다. 고난도 수술·처치 등 저평가 필수의료에 대한 수가 인상을 지속하고, 비용분석에 기반해 수가 조정이 이뤄지도록 수가 체계도 조정해 2030년까지 필수의료 보상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2020년에 이어 두번째 집단행동으로 환자들과 국민들에 반복해 피해를 미친 전공의들에게 특례를 줬다는 비판 목소리가 많다.

2020년에 이어 두번째 집단행동으로 환자들과 국민들에 반복해 피해를 미친 전공의들에게 특례를 준 데 비판 목소리가 7일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5월 7일 서울대학교병원. /사진=임영무 기자
2020년에 이어 두번째 집단행동으로 환자들과 국민들에 반복해 피해를 미친 전공의들에게 특례를 준 데 비판 목소리가 7일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5월 7일 서울대학교병원. /사진=임영무 기자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환자들은 사망하거나 상태가 악화됐고 국민 피해도 컸는데 입영 연기 특례를 준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와 여당은 사직 전공의들 요구만 들어주고 집단행동 재발방지 장치는 마련하지 않았다. 정부 정책에 반대해 환자를 볼모 삼아 또 집단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공백 시기 초기인 지난해 2∼7월 전국 의료기관에서 초과 사망 환자는 3136명이었다. 초과 사망은 위기가 없었을 때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사망자 수를 넘은 수치다.

전공의들은 지난해 2월 의대증원 정책에 반대해 전체 1만3000명 중 1만여명이 집단 사직했다. 2020년에도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적으로 수련병원과 환자 곁을 떠났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은 "환자와 국민에 피해를 준 사직 전공의에 원칙을 어기고 특혜를 준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 이로써 의사불패는 다시 한번 확인됐고 의사들은 정부 정책에 반발해 또 집단행동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의사들이 주장했던 의료사고 시 기소가 연 750건이라는 것도 과장됐다는 것이 밝혀져 50건 미만으로 사실관계가 확인됐는데도 의사 법적 부담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정부가 환자가 아닌 의사들 편의를 봐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복귀 특혜 부여 반대에 관한 청원'은 7일 기준 9만2000명을 넘어 소관 상임위 회부 요건인 동의인 5만명을 충족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특혜 논란에 전공의들 복귀를 위한 차원이라며 지난 2월, 5월 추가 모집과 비슷한 수준의 조치를 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전공의 집단 사직 후 지금까지 정부는 전공의들에 4차례 특례를 제공했다. 지난해 7월 사직 1년 내 동일 과목·연차 복귀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수련특례를 줬고, 올해 1월 상반기 모집에도 수련특례에 더해 입영 연기 등 입영특례까지 제공했다. 지난 5월에는 정기모집이 아닌 시기에 추가 특례 모집을 했고 복귀한 고연차 레지던트 전공의들이 내년 초 전문의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했다. 복귀 인턴 수련 기간을 12개월에서 9개월로 줄여달라는 요청도 수용했다. 전공의 모집은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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