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위인 자살률을 낮추고 정신건강 서비스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인력 업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신건강 임상심리사, 정신건강 간호사, 정신건강 사회복지사, 정신건강 작업치료사가 직역에 상관없이 모두 심리상담을 할 수 있도록 법에 '심리상담'을 공통업무로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직역별 전문성과 서비스 질을 낮춘다며 임상심리학회는 반발했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 국민 정신건강 증진과 자살률 감소를 위한 정신건강 전문인력 개선 방안 국회 정책토론회'에 이 같은 의견들이 나왔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정신건강 전문인력들이 심리 상담을 직역에 상관없이 수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지역 현장에서 정신건강 서비스 수요에 대응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현진희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 미래위원회 위원장(대구대 교수)은 "정신건강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생애 각 주기별, 지역사회 다양한 장면에서 정신건강 전문가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며 "정신건강 전문요원은 실제 현장에서 심리상담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가하는 정신건강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에 '심리 상담'을 공통업무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정신건강 임상심리사, 정신건강 간호사, 정신건강 사회복지사, 정신건강 작업치료사 4개 직역으로 구분돼 있다.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 2항'에 의거해 공통업무와 각 직역 고유업무인 개별업무로 구분하고 있다.
현 위원장은 초고령 사회, 소득 양극화로 인한 경제적 격차 확대, 1인 가구 증가, 청소년의 학업 스트레스, 경쟁 분위기 사회, 사회적 고립, 코로나19 영향 등 정신건강 위협 요인이 늘고 있지만 지역 현장에서 이에 대응할 정신건강 전문요원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2023년 자살 사망자 수가 1만3978명이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7.3명으로 22년째 OECD 1위다. OECD 회원국 자살률 평균은 10.7명이다. 한국이 두 배 이상 많다.

그러면서 약 2만명의 정신건강 전문요원 가운데 보건복지부 산하 정신건강기관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30%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나머지 기관에서 근무하는 경우 심리상담을 실제 수행하면서도 관련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 위원장은 "자살과 정신건강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정신건강 전문요원들이 정신건강 관련 기관 뿐 아니라 지역사회 다양한 기관에서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이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해외 국가들도 다양한 관련 전공자들이 일정한 교육과 훈련을 마친 후 자격을 취득해 동일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정신건강 임상심리사를 제외한 정신건강 전문요원 내 다른 직역들도 이에 동의했다. 정신건강 임상심리사, 정신건강 간호사, 정신건강 사회복지사, 정신건강 작업치료사 등 정신건강 전문요원은 관련 법령에 따라 일정 수련을 거친 전문 인력으로 현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심리상담을 수행하고 있지만 현행 법령에 심리상담이 공통업무로 명시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김숙자 대한간호협회 정신건강간호사회 회장은 "국민 접근성과 서비스 연속성에 부정적"이라며 "2024년부터 시작한 전국민마음투자 사업 핵심 인력으로 정신건강전문요원이 전국민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있지만 현행 법령상 심리상담은 임상심리사만의 업무로 오해되고 타 직역 정신건강 전문요원 직무 수행과 전문성 인식에도 오해가 생긴다"고 했다.
반면 임상심리사 단체는 반대 입장이다. 민은정 한국임상심리학회 부회장(양산부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정신건강 임상심리사는 정신건강전문요원 공통 업무와 함께 '정신질환자 등에 대한 심리 평가 및 심리 교육'과 '정신질환자 등과 그 가족에 대한 심리 상담 및 심리 안정을 위한 서비스'를 직역의 고유업무인 개별업무로 수행하고 있다"며 "심리상담을 임상심리사의 개별업무로 명시한 것은 정신건강 전문요원은 자격 명칭과 부합하게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아니라 직역별 프로페셔널(professional·전문직 종사자)을 양성하고자 함이며 시행규칙에도 직역별 수련과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관련 시행령에 심리상담을 공통업무로 바꾸는 법령 개정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입장이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자살 문제 대응은 지역사회 자원과 결합이 중요하고 일반인들 참여도 중요하다"며 "자살 예방은 전 사회적 영역인데 자꾸 직역 문제를 이야기하면 또 갈등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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