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전세계약서에 서명을 빠뜨린 공인중개사의 자격을 정지한 징계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진현섭 부장판사)는 공인중개사 A 씨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지난 5월 기각했다.
A 씨는 지난 2023년 1월부터 8월까지 서울 관악구 한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공인중개사로 근무했다. 같은해 5월 A 씨는 전세계약 중개를 의뢰한 B 씨에게 C 씨의 소유 건물을 안내했고 B 씨는 당일 계약 의사를 밝혔다.
이어 A 씨는 B 씨에게 보증금, 가계약금, 계약일 등이 담긴 가계약서를 문자로 전달했다. B 씨는 가계약금을 송금한 뒤 계약 조건 등에 대해 A 씨에게 문의했고 A 씨는 C 씨에게 확인해보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다만 계약 과정에서 같은 소속 개업공인중개사 D 씨는 계약서 및 확인·설명서에 서명 및 날인을 했지만 A 씨는 하지 않았다. B 씨는 전세사기를 우려해 같은해 6월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을 파기했다.
B 씨는 같은해 11월 관악구청에 '계약서에 전세계약을 공동 중개한 사무소의 명칭이 기재돼있지 않다'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A 씨는 구청에 '사무실의 요구에 따라 서명 및 날인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했지만 구청은 서울시에 A 씨가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했다고 지난해 2월 통보했다.
서울시는 같은해 3월 A 씨에게 4월부터 7월까지 3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다만 A 씨는 자격정지 처분이 이뤄지던 4월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9월 기각당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B 씨에게 가계약서만 문자로 보냈고 중개보수를 받지 않아 중개행위가 완성되지 않았다"며 서명 및 날인 의무가 없다고 항변했다. 또한 이득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격정지는 재량권 일탈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전반적인 중개업무를 수행했고, B 씨도 A 씨를 통해 계약이 체결됐다고 인식할 수 있다고 본다"며 "중개 보수를 받지 않았다 해도 중개행위는 이미 완성된 상태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계약서를 직접 작성하지 않았다고 계약서 등에 서명 및 날인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공인중개사의 거래계약서 등에 대한 작성 의무와 서명 및 날인 의무를 자의적으로 회피하는 것"이라며 "서명 및 날인을 통해 중개업무수행의 직접성과 공식성을 확보하려는 공인중개사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