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마다 '집단행동·특혜' 반복···"정부, 피해자 국민은 외면"
  • 이준영 기자
  • 입력: 2025.07.16 15:24 / 수정: 2025.07.16 15:48
시민사회 "환자볼모 책임 안 물으면 또 되풀이"
정부, 환자 요구 '집단행동 재발방지법' 외면
의정갈등 때마다 전공의가 집단적으로 환자를 떠나고 의대생은 수업을 거부하는 집단행동을 해도 정부가 선처하는 일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번에도 되풀이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2024년 9월 1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사진=더팩트DB
의정갈등 때마다 전공의가 집단적으로 환자를 떠나고 의대생은 수업을 거부하는 집단행동을 해도 정부가 선처하는 일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번에도 되풀이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2024년 9월 1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사진=더팩트DB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의정갈등 때마다 전공의가 집단적으로 환자를 떠나고 의대생은 수업을 거부하는 집단행동을 해도 정부가 선처하는 일이 이번에도 되풀이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환자들과 시민사회는 정부가 원칙대로 하지 않고 특혜를 주면서 의료계가 환자를 볼모로 한 집단행동을 반복하게 만들었고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증원에 반발해 1년 5개월째 집단 행동 중인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복귀 입장을 밝히면서 수련특례와 학사 유연화 조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교육부는 전날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업을 집단 거부한 의대생들 복귀 결정을 환영한다며 "대학과 복귀 학생들을 위한 교육 방안을 마련해 의대 교육을 조속히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의대생들이 다행스럽게 학업에 복귀하기로 했다. 교육 당국이 필요한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한 후 교육부 입장이 나왔다. 지난해 2월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국 의대생 상당수가 집단으로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5월 전국 의대생 1만9475명 중 8305명이 유급 대상이 됐다.

교육부는 학사 유연화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기존 불가 방침에서 입장이 바뀌었다. 학사 유연화는 수업·실습에 뒤늦게 참여한 의대생들 대상으로 별도 학사 일정을 편성해 진급이나 졸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방안이다.

지난해에도 교육부는 수업을 거부한 의대생 구제 조치는 없다고 했지만 결국 유급을 막기 위한 학사유연화 조치를 해 다른 과 학생들과 형평성 논란이 있었다.

의대생들은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도 의대 증원 정책 발표에 동맹휴학를 하고 의사 국가고시(국시) 거부로 맞섰다. 결국 정부는 의대증원을 포기하고 의대생 구제를 위해 국시 재응시 기회를 줬다.

의대 증원에 반대해 집단 사직으로 환자를 떠난 전공의들도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더불어민주당, 수련병원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전날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수련병원협의회 측과 만나 전공의 수련재개, 수련환경 질적향상을 논의했다. 한성존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전공의 복귀에 앞서 수련환경의 질적향상과 개선 중요성, 사법리스크 완화가 필수적"이라며 "전공의들이 수련을 잘 재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전공의들은 내년 8월 전문의 추가 시험 시행, 수련 연속성 보장을 위해 복귀자 자리 보장과 수련 마칠 때까지 입영 연기, 이미 입대한 전공의들 제대 후 원래 수련병원 복귀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의 시험은 원래 1년 중 2월에 한 차례만 진행된다. 미복귀로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이 불가능해지자 내년 8월에도 추가 시험을 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다. 대전협은 오는 19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전공의들 의견을 모아 복귀 관련 요구사항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전공의 대상 특례 조치도 반복됐다. 앞서 윤석열 전 정부에서 사직 전공의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정기 모집 외에 특례 추가 모집, 사직 1년 내 동일 과목·연차 복귀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수련특례, 전문의 취득 시까지 병역을 미룰수 있는 입영 특례 등을 제공했지만 대다수가 1년 넘도록 수련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에서 피켓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새롬 기자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에서 피켓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새롬 기자

환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의정갈등 때마다 의료계가 환자를 볼모로 집단 행동을 하고 정부가 결국 특혜를 주면서 국민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 집단행동은 의정 간 정책 이견이 있을 때마다 발생했다. 의사 단체들은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진료, 2020년 의대 증원 및 공공의대 설립, 2024년 의대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반대하며 집단 휴진하거나 집단 사직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국장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은 정부와 정책 갈등이 있을 때마다 환자를 볼모 삼는 집단 행동을 협박 수단으로 써왔다"며 "문제는 정부가 의료계 집단 행동에 원칙대로 하지 않고 계속 특혜를 주면서 이들이 집단 행동하면 결국 선처받을 것이라는 학습을 하게 만들었고, 이에 따른 의료공백 피해는 국민과 환자들이 반복해서 입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수련특혜와 입영 연기, 의대생 학사 유연화 모두 다른 직역이나 다른 과 학생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특혜"라며 "이들이 원칙대로 책임지게 해야 되풀이 되는 의료계 집단 행동을 막을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 중심 의료정책을 한다면서 의사 중심으로 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가 복귀 조건으로 내세운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완화에 대해선 "형사처벌 감면은 환자들의 우려가 큰 문제로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내세운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환자들도 정부가 의정갈등 피해자인 환자 대책은 외면한 채 의료계 입장을 고려하고 있다며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환자 단체들은 이번 의료공백이 발생한 지난 2월부터 의사들 집단행동을 막을 수 있는 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국회와 정부는 관련 법안조차 발의하지 않고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들은 반복되는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 제정을 촉구했지만 국회는 발의하지 않고 있다"며 "의료계가 반대하는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기 위해 의료계 요구를 수용해선 안된다"고 언급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수술을 제 때 받지 못해 환자들이 사망하거나 질병이 악화됐는데 이에 대한 책임 없이 오히려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며 집단 행동이 반복되지 않는 제도 마련을 요구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분석 결과,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공백 시기 초기인 지난해 2∼7월 전국 의료기관에서 초과 사망 환자는 3136명이었다. 초과 사망은 위기가 없었을 때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사망자 수를 넘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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