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인지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7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특검)에 "'인천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의 실체를 규명해달라"고 촉구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이날 김건희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광효 관세청장과 김재일 당시 인천본부세관장, 김광호 당시 서울경찰청장, 조병노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경무관) 등 14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백해룡 경정은 수사 결과 브리핑을 앞두고 관세청과 경찰청 수뇌부에서 외압을 받고 폭로했지만, 관련 인사들이 일제히 외압 의혹을 부인하면서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당시 경찰 수뇌부가 전방위적으로 움직였던 정황과 관련자들의 개입 시도, 경찰의 수사 무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단순 관세청장의 과잉 대응으로만 보기 어렵다. 외압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고 청장과 김 세관장은 세관 직원들의 범죄 혐의가 언론에 알려질 것과 야당 국회의원들에게 공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조 경무관에게 브리핑에서 세관 관련 내용이 언급되지 않도록 중재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이에 조 경무관은 백 경정에게 전화해 '브리핑에서 세관 관련 내용이 언급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외압성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 경정이 '기자들이 밀반입 경위에 대해 질문할 경우 '세관을 상대로 확인 중'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김 청장이 수사지휘부에 명령해 사건을 이첩하도록 지시했다"며 "이첩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023년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이 제조한 필로폰 74㎏를 국내에 유통시킨 국제범죄조직을 검거했다. 백 경정은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 재직 당시 인천국제공항으로 필로폰을 대량 밀반입한 다국적 마약조직과 인천세관 공무원들의 유착 의혹을 수사하던 중 조 경무관에게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지난 2023년 10월 폭로했다.
백 경정은 같은달 5일 수사 지휘 계통이 아닌 조 경무관에게서 '브리핑에서 세관 관련 내용이 언급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백 경정은 다음날 인천항공세관 통관국장과 감사과장 등이 영등포경찰서를 찾아와 "관세청장의 지시로 왔다"며 "브리핑에서 인천세관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조 경무관은 경찰 입직 전 지난 1995년부터 6년여간 관세청 근무 이력이 있다. 수사 외압 의혹으로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됐으나 '불문 처분'으로 징계를 받지 않았다. 이후 지난해 8월 전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으로 발령받았다.
백 경정은 김찬수 전 영등포경찰서장도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언론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서울경찰청 지휘부와 세관 직원들까지 수사팀을 찾아와 보도자료에서 세관 관련 내용을 전부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서장은 지난해 2월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실로 발령받았다. 반면 백 경정은 지난해 7월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성 인사발령이 났다. 조지호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같은달 19일 백 경정에게 '공보 규칙 위반'으로 경고 조치를 내렸다. 백 경정은 이에 반발해 서울경찰청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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