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권 무시' 중진료권…"필수의료 권한을 기초지자체에"
  • 조채원 기자
  • 입력: 2025.06.23 19:40 / 수정: 2025.06.23 19:40
행정구역 중심 설정…의료공백 지적
'생활권·이송권·기능' 중심 설정 요구
정부가 설정한 중진료권 체계가 실제 의료 이용 흐름이나 생활권과 맞지 않아 실질적인 의료 공백과 자원 배치의 비효율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장윤석 기자
정부가 설정한 중진료권 체계가 실제 의료 이용 흐름이나 생활권과 맞지 않아 실질적인 의료 공백과 자원 배치의 비효율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기초자치단체가 지역 실정에 맞는 필수의료 계획을 직접 수립·실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설정한 중진료권 체계가 실제 의료 이용 흐름이나 생활권과 맞지 않아 의료 공백과 자원 배치에 비효율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건세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23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중진료권 역할과 거버넌스 토론회'에서 지역의료 붕괴의 원인 중 하나로 "협력도, 연계도, 거버넌스도 없다"는 점을 들었다. 이 교수는 "70개 중진료권은 실제 의료 이용 권역이나 교통, 문화, 생활권 기반이 아니라 행정 구획 기반으로 설정돼 비현실적"이라며 "필수의료 계획 수립 권한이 대부분 광역지자체에 있어 기초지자체가 실행 주체임에도 역할이 전혀 없다"고 짚었다.

중진료권이란 중소병원, 일부 전문과 진료가 가능한 병원 등 2차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권역으로 시·군 단위를 기준으로 70여 개로 나뉜다. 이 교수는 중진료권의 의료이용 흐름과 실제 생활권이 불일치하는 사례로 전라남도 순천시를 들었다. 전남도는 도내 22개 시군이 △목포권 △여수권 △순천권 △나주권 △해남권 △영광권 등 6개 중진료권으로 분류돼있다. 순천권에 포함된 지역은 순천시, 광양시, 구례군, 고흥군이다. 그러나 다른 중진료권에 속한 지역인 여수시, 하동군, 곡성군의 중증응급환자가 순천시 소재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비율은 각각 11.3%, 8.8%, 7.2%로 전체 1/4에 달한다.

이 교수는 "여수, 순천, 광양에 각각 응급센터나 분만병원을 둘 수 없고, 의사가 구해지지도 않는 데다 (있는 의사들이) 계속 당직을 설 수도 없다"며 "순천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의료 자원이 부족한 지역 환자들은 전남대병원이 수용해야 하는데 이미 전남대병원 인력난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초자치단체가 중진료권 기반의 필수의료 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중진료권 기반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추진할 수 있는 법률 개정과 제도 개선 과제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 통해 '중진료권'을 생활권·이송권·기능 기반으로 설정 명시 △기초자치단체 간 필수의료 협의체 또는 연합체 설치·운영 허용 조항 신설 △지방자치법 개정 등 통해 기초지자체가 특정 기능(응급, 심뇌, 소아 등)을 상호 위임·공동 수행할 수 있는 근거 조항 마련 등을 제시했다.

옥민수 울산대학교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역필수의료 강화 방안으로 지역의사제 도입·특수목적 의과대학 설립·공공보건의료기금 설치 등을 주문했다. 그는 "의료인력 배치 불균형은 다른 나라도 다 겪는 문제지만 우리나라는 지역 근무 의사들에게 보조금을 주거나 정주여건을 개선해 해결될 수준이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옥 교수는 "필수 및 공공보건의료 분야 강화를 위한 재원 마련이 시급하다"며 "공공보건의료기금이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시도별 공공보건의료위원회가 지역 내 공공보건의료 문제를 심의, 의결하는 권한을 갖는 등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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