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해병대원 순직 사건 관련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채 상병 특검이 특검보 인선을 마무리하며 수사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명현 특별검사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출국 과정도 수사 범위에 넣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마지막에 불러 대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채상병 특검팀은 사무실이 마련되는 대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이후 출국 과정을 포함한 사건의 전반적인 의혹들을 빠르게 수사할 예정이다.
이 특검은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향후 수사의 주안점을 놓고 "박정훈 대령 사건 자체가 'VIP 격노설'로 실체의 진실이 바뀌어 억울하게 기소된 사건"이라며 "격노설만 수사 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채 상병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집중호우로 발생한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순직한 해병대원 채 상병 사건 관련 윤석열 정부의 공수처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 등 8개 혐의를 수사한다. 채 상병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대상 8개 중 하나는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 호주대사 임명·출국·귀국·사임 과정'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3월 채상병 수사 외압 사건 핵심 피의자로 입건됐지만, 출국금지 상태이던 4일 호주대사에 임명됐다. 이후 법무부는 이 전 장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약 4시간의 조사를 받은 뒤 이튿날 그가 수사 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점 등을 고려해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에 이 전 장관은 임명 7일 만에 기습 출국했고, 출국 11일 만에 귀국해 자진사퇴했다. 윤 전 대통령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그를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검의 이 전 장관을 향한 수사는 이른바 'VIP 격노설'의 실체 규명의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려 하자 이 전 장관이 돌연 보류 지시했으며, 이는 'VIP 격노설'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VIP 격노설은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이런 일로 (임성근 전)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는 의혹을 말한다. 당시 이 전 장관에게 걸려온 유선 전화번호(02-800-7070) 발신지가 윤 전 대통령의 사용 공간인 용산 대통령실로 지목됐다.
이처럼 채 상병 특검의 수사 칼 끝은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한다. 특검팀은 관계자 조사를 모두 마친 뒤 마지막으로 윤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할 전망이다. 이 특검은 지난 22일 윤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염두에 두고 있느냔 기자들의 질문에 "(소환은) 당연한 것이다. 원칙대로 하겠다. 대면 조사가 원칙이고 서면·출장조사는 원칙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특검은 수사인력 상한선(파견 검사 20명 등 105명)을 모두 채워 최대 120일간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지난 20일 김선호 국방부 차관을 만나 군 검사를 비롯해 20명의 수사 인력 파견을 요청했으며, 오는 24일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면담을 갖고 부장검사급 파견을 요청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전날 오후부터 사건 관련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특검의 수사 대상인들의 구속만기가 가까워지며 석방 논란이 일자 이같은 문제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이 사건과 관련해 현재 구속기소된 피고인은 없다. 특검팀은 전반적인 법률 검토를 통해 수사 개시 이후 공소제기 시점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h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