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공장 노동자 골수질환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 선은양 기자
  • 입력: 2025.06.23 07:00 / 수정: 2025.06.23 07:00
법원 "열악한 작업환경, 교대근무 등 발병 원인 돼"
반도체 공장에서 유해 물질에 장기간 노출돼 골수 질환으로 사망한 근로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고 유족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반도체 공장에서 유해 물질에 장기간 노출돼 골수 질환으로 사망한 근로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고 유족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반도체 공장에서 유해 물질에 장기간 노출돼 골수 질환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고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반도체 기업 근로자 A 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고인 A 씨는 2004~2016년 반도체 중소기업에서 반도체 웨이퍼 연마·세정 업무 등을 수행해 왔다.

그는 2017년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다 2018년 폐렴으로 사망했다. 당시 만 44세였다.

이후 유족은 근로복지공단 측에 "A 씨가 장기간 유해 물질에 노출됐고 환기 시스템 미비, 개인보호구 미지급, 과도한 교대근무 등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일했으므로 발병과 업무 간 인과관계가 있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다.

근로복지공단 측은 "취급했던 유해 물질의 양이나 노출 빈도가 높다고 보기 어렵고, 노출 물질과 병과의 관련성에 의학적 근거가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 유족은 이같은 결정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 씨가 다양한 유해화학물질과 작업환경 요인에 장기간 노출된 사실에 비춰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A 씨의 발병 원인이 의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반도체 공장에서 장기간 다양한 유해 요소에 노출된 사실만으로도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고인이 근무하던 사업장은 디클로로메탄을 포함한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했고, 극저주파전자기장에 노출되는 작업환경이었으며, 주야간 교대근무 등으로 생체리듬 교란이 지속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유해 요소들에 장기간 복합적으로 노출된 이후 발병한 점에 비춰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유해 요소 노출 기준은 단일 유해 물질에 대한 노출을 전제로 설정된 것"이라며 "고인은 유해 물질에 복합적으로 노출됐을 뿐만 아니라, 근로 시간도 평균 이상이었고, 작업강도 또한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체 항상성 유지가 어려운 교대근무까지 병행한 점을 고려하면, 개별 기준치를 충족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 자체로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한 A 씨가 별다른 병력이나 가족력이 없었고, 일반적인 발병 연령보다 이른 나이에 질환이 발병한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개인 건강상 특이 소인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한 성인 남성이 젊은 나이에 발병해 사망에 이른 점만으로도 업무 관련성을 인정할 사정이 있다"고 판시했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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