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검찰 폐지법'…"권한 분산" vs "수사공백 우려"
  • 정채영 기자
  • 입력: 2025.06.13 00:00 / 수정: 2025.06.13 00:00
행안부 비대화 우려에 '국수위'로 견제
검사→수사관 전환 논란…이탈 불가피
수사·기소 분리 속 공백·혼선 지적
여당이 검찰을 폐지하고 수사청을 신설하는 법안을 내고 본격적으로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지난달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깃발이 날리고 있다. /뉴시스
여당이 검찰을 폐지하고 수사청을 신설하는 법안을 내고 본격적으로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지난달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깃발이 날리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여당이 검찰을 폐지하고 수사청을 신설하는 법안을 내고 검찰개혁을 본격화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인력 재배치, 권한 조정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용민·민형배·장경태·강준현·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검찰청법 폐지안, 공소청 신설법안,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법안,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 신설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형사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상호견제 구조를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적법 절차 보장의 균형을 확보하겠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동안 검찰이 지적 받아온 표적·하명·정치수사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법안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다. 검찰의 수사권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수청을 만들어 이관하고, 기소는 법무부 산하 공소청이 맡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중수청은 검찰이 맡았던 7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마약)에 내란·외환죄까지 추가해 권한을 확대했다. 법안에 따르면 공소청은 '검사'라는 명칭을 유지하고, 중수청은 검사가 아닌 '수사관'이라는 직책을 둔다. 영장청구권도 공소청 검사에게 부여된다.

◆ "행안부 비대 논란에 검사 거취도 불투명"

검찰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행안부의 권력이 커질 경우 검찰 못지않은 또 다른 권력기관이 될 수 있고, 수사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검찰 내 인력 이동·재배치도 주요 쟁점이다.

국가수사본부와 중수청 두 개의 수사기관을 거느리게 될 행안부의 권력은 지금보다 훨씬 비대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무총리실 산하 국수위를 신설해 중수청과 국수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간의 관계를 관리·감독하는 장치를 뒀지만 실제 수사기관 간 갈등이나 권한 충돌을 조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존 검찰청에 있는 검사들이 어디로 갈지도 불분명하다. 법안대로라면 공소청이나 중수청으로 가야 하지만 '검사'라는 직함을 내려놓고 '수사관'이 될 검사가 있을지는 회의적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검찰청 인력의 대규모 로펌 이탈도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김용민 등 의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 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김용민 등 의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 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영장청구권 해석 논란…수사 공백 우려도 여전"

야당은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을 근거로 검찰청 폐지법안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과거 판단을 고려하면 이같은 주장을 반박할 여지도 있다는 해석도 공존한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1월28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제기한 공수처법 위헌 헌법소원 심판을 기각하며 헌법에서 말하는 영장청구권자가 '검찰청 검사'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공소청 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은 헌법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검찰개혁 논의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수사 공백 우려도 여전하다. 조직 개편에 따른 인력 유출이나 기관의 업무 공백, 내부 혼선 등을 고려하면 수사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인력 충원과 조직 정비에 어려움을 겪었던 초대 공수처와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입법이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수사를 차단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라는 시선도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번 입법이 정치적 수사를 막겠다는 명분 아래 추진되고 있다면, 검찰이 실제로 정치 수사에 관여하는 비중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지금도 경찰 수사만으로 기소되는 사건에서는 법원이 사실상 추가 수사를 떠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검찰 수사권을 배제하는) 이 법안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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