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룡 "세관 마약수사 외압 종점에 윤석열 부부 있다"
  • 정인지 기자
  • 입력: 2025.06.12 14:46 / 수정: 2025.06.12 14:46
"외압에 '비화폰' 사용했을 가능성"
"검찰 '셀프 수사'는 증거인멸 시도"
인천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백해룡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경정)이 외압의 종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내외가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정인지 기자
'인천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백해룡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경정)이 "외압의 종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내외가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정인지 기자

[더팩트ㅣ정인지 기자] '인천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백해룡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경정)이 "외압의 종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내외가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백 경정은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검찰 합동수사팀 출범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대검찰청은 지난 10일 서울동부지검에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20여명 규모의 '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팀(합수팀)'을 꾸렸다. 합수팀은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에서 지휘한다.

백 경정은 윤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이원석 전 검찰총장, 심우정 검찰총장을 차례로 언급했다. 그는 "이 외압의 종점에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 내외가 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 "마약과의 전쟁 선봉장은 한 전 장관이었으며, 제1장군은 대검의 컨트롤타워를 설치한 이 전 총장"이라고 했다.

이어 "마약조직원 중 한 명을 체포했는데 당시 심 총장이 인천지검장으로 있던 인천지검에서 이를 인지하고도 쉬쉬하며 덮었다"며 "출국금지 조치도 하지 않고 이들을 내보내 다시 들어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경찰 지휘부가 비화폰을 사용해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백 경정은 "제게 걸려온 전화 내역 4통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김찬수 전 영등포경찰서장이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나 박현수 현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에게 비화폰을 받지 않았을까 의심된다"고 언급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10일 서울동부지검에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20여명 규모의 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팀(합수팀)을 꾸렸다. 합수팀은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에서 지휘한다. /더팩트 DB
대검찰청은 지난 10일 서울동부지검에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20여명 규모의 '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팀(합수팀)'을 꾸렸다. 합수팀은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에서 지휘한다. /더팩트 DB

백 경정은 합수팀 출범을 두고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 주체가 돼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한다. 말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침묵해오던 검찰이 갑자기 '셀프 수사'하겠다며 돌출행동을 하는 건 사건을 은폐하고 증거를 인멸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마약 수사를 꼼꼼하게 덮도록 진두지휘한 곳"이라며 "정치권 및 정부 요처와 함께 발악하고 있는 검찰에 경고한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지적했다.

'합수팀이 소환한다면 불응하겠냐'는 질문에는 "저를 피해자 지위에 앉혀놓고 계속 불러들이겠다는 건데 수사에 협조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백 경정은 "공무원 신분으로서 법률로 의결해 통과된 특검에는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8월 해당 의혹을 조사하는 청문회를 열고, 지난 3월 상설특검안을 통과시켰다.

백 경정은 "저는 이 참담한 진실을 마주하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동료와 신망, 건강을 잃고 배신도 당했다"면서도 "곧 진실은 밝혀질 것이고 나라가 바로설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 경정은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 재직 당시 인천국제공항으로 필로폰을 대량 밀반입한 다국적 마약조직과 인천세관 공무원들의 유착 의혹을 수사하던 중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던 조병노 경무관에게 전방위적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지난 2023년 10월 폭로했다. /정인지 기자
백 경정은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 재직 당시 인천국제공항으로 필로폰을 대량 밀반입한 다국적 마약조직과 인천세관 공무원들의 유착 의혹을 수사하던 중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던 조병노 경무관에게 전방위적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지난 2023년 10월 폭로했다. /정인지 기자

앞서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023년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이 제조한 필로폰 74㎏를 국내에 유통시킨 국제범죄조직을 검거했다. 백 경정은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 재직 당시 인천국제공항으로 필로폰을 대량 밀반입한 다국적 마약조직과 인천세관 공무원들의 유착 의혹을 수사하던 중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던 조병노 경무관에게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지난 2023년 10월 폭로했다.

백 경정은 같은달 5일 수사 지휘 계통이 아닌 조 경무관에게서 '브리핑에서 세관 관련 내용이 언급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백 경정은 다음날 인천항공세관 통관국장과 감사과장 등이 영등포경찰서를 찾아와 "관세청장의 지시로 왔다"며 "브리핑에서 인천세관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조 경무관은 경찰 입직 전 지난 1995년부터 6년여간 관세청 근무 이력이 있다. 수사 외압 의혹으로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됐으나 '불문 처분'으로 징계를 받지 않았다. 이후 지난해 8월 전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으로 발령받았다.

백 경정은 김 전 서장도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언론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서울경찰청 지휘부와 세관 직원들까지 수사팀을 찾아와 보도자료에서 세관 관련 내용을 전부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서장은 지난해 2월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실로 발령받았다. 반면 백 경정은 지난해 7월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성 인사발령이 났다. 조지호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같은달 19일 백 경정에게 '공보 규칙 위반'으로 경고 조치를 내렸다. 백 경정은 이에 반발해 서울경찰청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기각됐다.


inj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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