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주영 기자]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 불을 지른 60대 남성이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이영광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현존전차방화치상 혐의를 받는 원모(67)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공공의 안전에 현저한 위험과 심각한 피해가 초래된 점 등에 비춰 범죄가 중대하다"며 "납득할 수 없는 동기로 사전에 범행도구 등을 준비한 점 등에 비춰 재범의 위험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원 씨는 이날 오전 10시5분께 흰색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포승줄에 묶인 채 법원에 출석했다. 그는 "이혼소송 결과를 공론화 시키려고 범행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는 "피해자에게 할 말이 있냐"는 질문에 거듭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원 씨의 쌍둥이 형 원모(68) 씨는 "동생을 대신해 피해 승객분들께 죄송하다"며 "동생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혼소송 결과를 지난 목요일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원 씨는 최근 전 부인과 이혼소송을 진행했다. 수원고등법원은 지난달 14일 원 씨에게 재산분할 청구액으로 3억500만원을 연 5% 비율로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4년 전 택시기사로 활동하던 원 씨는 현재는 무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 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8시43분께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마포역 터널 구간을 달리던 열차 안에서 인화성 물질로 옷가지에 불을 붙이는 방식으로 방화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원 씨는 기름통과 라이터형 토치를 들고 탑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원 씨는 경찰에서 "이혼소송 결과에 불만이 있어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오전 9시45분께 여의나루역에서 원 씨를 긴급체포했다. 원 씨는 시민들이 대피하던 당시 들것에 실려나왔다. 경찰은 원 씨의 손에 그을음을 발견하고 추궁한 끝에 체포했다.
이 불로 원 씨를 비롯한 총 23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병원에 이송됐으며 129명이 현장 처치를 받았다. 또 지하철 1량이 일부 소실됐고 2량에 그을음 피해가 발생하는 등 약 3억3000만 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당시 열차에는 약 400명이 탑승 중이었으며 연기가 퍼지자 승객들은 출입문을 열고 선로를 따라 대피했다. 서울교통공사 영등포승무사업소 기관사 1명과 일부 승객이 소화기 등을 이용해 큰 불을 잡으면서 대형 참사를 막았다.
juy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