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윤경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대통령경호처 간부들의 삭제된 비화폰(보안처리된 전화기) 서버 기록을 대부분 복구했다. 경찰이 핵심 증거로 꼽히는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 입증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윤 전 대통령 등이 사용한 비화폰, 업무폰 등을 압수 및 임의제출 받아 확보했다"며 "윤 전 대통령, 박종준 전 경호처장,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등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와 관련해 비화폰 서버 기록도 임의제출 받았다"고 23일 밝혔다.
특수단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이틀마다 자동 삭제된 비화폰 서버 기록을 대부분 복구했다. 복구 대상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3일부터 올 1월22일까지 기록이다. 대부분의 통화 및 문자 내역을 되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차장은 지난 1월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특수단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및 관저 수색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 차장은 경호처 내 부당한 인사 조치, 비화폰 관련 기록 삭제 지시 혐의도 받고 있다.
특수단은 그간 비화폰 서버를 확보하기 위해 여섯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경호처에 막혔다. 하지만 김 전 차장이 사의를 표하고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경호처는 태도를 바꿔 특수단 수사에 협조했다.
특수단이 비화폰 서버를 확보하면서 향후 수사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지시는 물론이고, 김 차장 등 경호처 지휘부의 증거 인멸 시도 정황이 드러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경찰은 포렌식 작업을 마친 뒤 윤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수단 관계자는 "분석 등 확인 작업도 필요하기 때문에 이후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등의 내란 혐의 입증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번에 확보된 자료는 지난 1월 압수수색 영장에 죄명으로 명시된 특수공무집행방해에 관한 건이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의 증거로는 채택될 수 없다.
압수수색 영장에 적혀 있지 않는 다른 범죄 혐의의 증거 활용은 위법으로 그 효력이 사라진다. 담당 재판부가 경찰에 사실조회를 하거나 압수수색에 나설 경우 증거 활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