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 서울중앙지검의 최고 지휘부가 전격적으로 동반 사의를 표명해 검찰이 술렁이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건강상의 이유'를 이유로 법무부에 사의를 밝혔다. 중앙지검의 직접 수사부서를 총괄하는 조상원 4차장 검사도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중앙지검의 중핵인 검사장과 4차장이 인사와 무관하게 동반해 자진 사의를 밝힌 일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두 사람은 공정하게 진행한 수사를 이유로 탄핵소추되는 과정에서 받은 정신·육체적 스트레스를 사직 이유로 꼽는다. 주요 수사가 마무리 단계라는 점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아직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을 비롯해 중앙지검에 굵직한 수사와 공소 유지가 진행 중인데도 핵심 지휘부가 동시에 물러나는 상황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임박한 대선에서 정권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자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수사를 주도한 고위 검사들이 스스로 거취를 정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창수 지검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지낼 때 대검찰청 대변인을 지냈다. 검사장 승진 1순위인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으로 옮긴 뒤엔 이재명 후보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했다. 당시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조상원 4차장이었다. 검사장으로 승진해 부임한 전주지검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채용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후에는 명품백·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리했다. 김 여사 대면조사 과정에서 이원석 전 검찰총장에게 사전 보고하지 않는 등 '패싱 논란'도 발생했다. 특히 검찰청사가 아닌 경호처 부속건물에서 조사해 특혜 시비도 일었다.
안팎의 흐름은 녹록지 못하다. 이 지검장이 무혐의를 승인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서울고검에서 재수사에 들어갔다. 헌법재판소도 이 지검장의 탄핵은 기각했지만 결정문에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개입했는지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적절히 수사를 했거나 수사를 지휘·감독했는지 의문이 있다'고 명시했다.
일각에서는 실제 정권이 바뀔 경우 이 지검장이 감찰이나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감찰이나 수사 진행 중에는 사직이 어렵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 지검장의 사표가 바로 수리될지도 미지수다. 공무원은 퇴직을 원하더라도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해 조사 또는 수사 중인 때는 퇴직할 수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이 지검장을 직권남용, 피의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한 상태다.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다는 이유로 이 지검장과 조상원 차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도 공수처에 고발했다.
lesli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