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해인·선은양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포고령 1호 내용 중 '처단'이라는 단어에 의구심이 들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박 총장은 8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네 번째 공판 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박 총장도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이날은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총장은 비상계엄 당시 자신의 명의로 발표한 '포고령 1호'를 두고 "조항을 다 읽어볼 틈이 없었는데 '처단'이라는 단어는 좀 이상하지 않나 생각했다"며 "합법적인 용어인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포고령을 공지하라는 지시를 받은 상황에서는 이 내용이 위헌이라고 따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해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증인신문 과정에서 이 전 사령관 변호인은 박 총장에게 '역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재판부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 전 사령관 측은 "증인은 39년 동안 군 복무를 충실히 해서 육군대장까지 올랐지만 2시간 만에 내란 주범이 됐다. 옛날로 따지면 역적이다. 그래서 구속된 것"이라며 "구속된 것이 억울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총장은 "솔직히 아직도 현실감이 없다"면서도 "군은 확실한 조직이고 국가와 국민들이 봤을 때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본인은 정말 국가에 충성했다는 것 하나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검찰은 변호인이 공소사실과 무관한 증인의 의견과 소회를 반복해서 묻고 있다며 제지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역적'이란 표현을 써서 증인의 인격을 모독하는 신문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증인은 생각과 판단에 대해서는 증언하지 않아도 된다. 변호인 측은 이를 반복해서 질문하는 것을 자제해주시길 바란다"며 "법적으로 이 사건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라는 죄명으로 재판하고 있어 (역적이란 표현은) 증인에 대한 모욕적 발언으로 비춰질 수 있어 용어를 변경해 신문해주길 바란다"고 제지했다.
이어 증인으로 나선 여 전 사령관은 지난해 3월 말과 4월 초 윤 전 대통령과 만찬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비상대권에 대해서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고 증언했다.
여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언급한 비상대권이 계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반대한 것이냐'는 군검찰 측 질문에 "그때 당시에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에 반대한 것"이라면서도 "그러한 생각과 의지에 대한 반대이지 구체적인 계획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발언이 오갔기에 무릎까지 꿇었냐'는 질문에는 "약주를 과하게 한 상태에서 돌발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했다.
여 전 사령관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군검찰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군검찰 측 주신문 내용이 피고인신문 내용에 해당한다며 질문에 답하기를 거부했다.
재판부는 오는 13일 오전 10시에 여 전 사령관과 이 전 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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