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권자들 "차기 정부 의료급여 정률제 철회" 요구
  • 이준영 기자
  • 입력: 2025.05.08 16:28 / 수정: 2025.05.08 16:28
빈민 시민단체, 각 정당에 대선 정책 요구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페지·공공의료 확대 촉구 
8일 기초생활수급권자들과 빈민, 장애인 관련 시민단체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의료급여 정률제 철회,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페지, 공공의료 확대 등을 차기 정부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준영 기자
8일 기초생활수급권자들과 빈민, 장애인 관련 시민단체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의료급여 정률제 철회,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페지, 공공의료 확대 등을 차기 정부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준영 기자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의료급여 본인부담이 정률제로 바뀌면 가난하고 질병이 있는 수급자들 의료비 부담이 커진다. 새 정부는 사회보장제 취지에 맞지 않는 정률제를 철회해야 한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차재설(69) 씨 이야기다. 8일 차씨 등 기초생활수급권자들과 빈곤사회연대 등 빈민, 장애인 관련 시민단체들은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급여 정률제 철회,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페지, 공공의료 확대 등을 차기 정부에 요구했다. 각 정당에도 이 같은 정책 추진 여부에 대한 질의서를 전달했다. 답변서를 받는대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이들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의료급여 정률제 변경 철회를 촉구했다. 복지부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과다 의료 이용을 막아야 한다며 오는 10월 의료급여 본인부담을 기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꾼다. 소득이 월 95만원 이하인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은 현재 진료비나 약제비에 상관 없이 약국 500원, 외래는 의원 1000원, 종합병원 1500원, 상급종합병원 2000원만 본인이 부담한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의원 4%, 종합병원 6%, 상급종합병원 8%, 약국 2% 등 진료비에 비례한 정률제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다만 고액진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진료 1건당 최대 본인 부담금 외래 2만원을 적용하고, 외래 본인부담지원금인 건강생활 유지비를 월 6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높인다. 월 의료비 최대 본인부담 5만원 상한은 기존처럼 유지한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의료급여 정률제는 지난해 정부 발표 후 의료급여 수급권자와 시민사회 대응, 학계와 국회 비판으로 계획했던 올해 1월 시행이 미뤄진 대표적 윤석열표 복지 후퇴 정책"이라며 "정률제 변경으로 발생하는 과도한 의료비 보완 방안으로 외래 1건당 상한액 2만원을 신설하지만 현행 정액제보다 최대 20배 의료비가 증가한다. 지금도 비용 부담으로 필요 의료를 받지 못하는 수급권자 건강권을 악화하는 개악으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기초생활보장법 공동행동이 진행한 의료급여 본인부담체계 정률제 변경 시 의료비 부담 변화 조사에 따르면 가장 높은 의료비 상승이 나타나는 3인의 연평균 의료비 증가액은 건강생활유지비 2배 인상을 적용해도 17만7000원이었다. 이들 3인의 전체 외래이용 364건 중 정률제 적용 시 건당 2만원을 초과하는 진료비는 2건, 7032원에 불과했다.

이들은 정부가 주장하는 의료급여 수급자 과다 진료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 10년간 의료급여와 건강보험 진료비 총액의 증가 추이는 건강보험 2.07배, 의료급여 1.99배로 차이가 없었다"며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과다 의료 이용은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정부가 빈곤층에 차별과 낙인을 찍는 폭력"이라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차기 정부에 기초생활 수급권자 선정 기준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페지도 요구했다. 빈곤사회연대는 "2017년 복지부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약속했으나 의료급여와 생계급여 일부에 부양의무자 기준이 잔존한다"며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부양의무자 기준과 낮은 재산 기준 등으로 수급권자가 되기 어렵고, 수급자가 돼도 급여 보장수준이 낮다. UN 사회권규약위원회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권고했다"고 언급했다.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제도는 소득 기준을 충족해도 일정 재산이나 소득이 있는 가족이 있으면 각종 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장치다. 정부는 교육급여와 주거급여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지만 의료급여와 생계급여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에 따르면 의료급여 수급 소득기준은 충족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자격을 얻지 못한 빈곤층은 73만명에 달한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3년 국정감사에서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 탈락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 29만9495가구 중 10만9784가구가 탈락했다. 이 중 '부양의무자 기준 초과' 사유는 1104가구였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은 시장 방임식 의대 증원과 의료민영화 정책을 밀어붙인 반면 시민들을 위한 의료안전망 확충은 없었다. 이에 지역 의료 소외는 물론 진료과목별 기능 붕괴 문제가 극심해졌다"며 공공의료 확대와 건강보험 보장 강화도 촉구했다.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성은 6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최하위 수준이다.

loveho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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