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됐다 불기소됐던 김건희 여사가 다시 한번 검찰 수사를 받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지난 대선을 앞두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수사가 재개됐다. 두 사람은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으로도 조사를 피할 수 없다. 특권이 사라진 전 대통령 부부는 피의자 신분으로 대면 조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은 지난 25일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항고 사건에 대해 재기수사를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의 불기소 처분을 내린 지 약 반년 만이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2차 작전으로 불리는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여사의 명의 계좌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측이 주도한 시세조종에 활용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당시 수사팀은 "김 여사의 명의 계좌 6개가 시사 조종 범행에 사용됐다고 판단했다"면서도 "피의자의 서면·대면조사를 실시했으나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고발인인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달 항고하면서 서울고검 형사부는 재기수사 여부를 검토해 왔다. 다만 주가조작 사건과 동시에 무혐의 처분이 났던 명품 가방 의혹에 대한 항고는 기각됐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대법원도 최근 권 전 회장의 유죄를 확정하면서 판도는 바뀌었다. 지난달 헌법재판소도 도이치모터스 의혹을 수사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탄핵소추 기각 결정문에서 '이 지검장이 김 여사와 관련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적절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지휘·감독했는지는 다소 의문'이라고 재수사의 여지를 남기긴 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대통령 선거 경선 방송 토론에서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무관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2010년 결혼 전에 아내가 골드만삭스 출신이라는 사람에게 네 달 돈을 맡겼는데 손실만 났다"는 내용이었다.
시민단체는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행위라며 검찰에 고발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재임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됐다. 고발한 지 2년 7개월 만에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조민우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내달 1일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공소시효는 오는 8월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미 공천개입 의혹으로도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연초부터 김 여사와 출석 일정을 조율해왔다. 김 여사는 최근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팀은 29일 명태균 씨를 서울로 불러 조사하고 나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 조사도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중에서는 김건희 여사가 먼저 검찰에 출석할 가능성이 높다.
김 여사는 이미 검찰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검찰도 빠른 시일 내 조사받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이 공천개입 의혹에 주가조작 사건까지 한 번에 조사를 시도한다면 대선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공범을 비롯해 주가조작 사건전반에 추가 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여사는 지난해 '명품백 의혹'을 놓고 대통령경호실 부속청사에서 조사를 받아 특혜 논란이 제기됐다. 신분이 일반인이 된 만큼 검찰청사 직접 출석이 불가피하다. 역대 전직 대통령 부인들도 대부분 검찰청사에서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2004년 비자금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2009년 부산지검에서 대검 중수부의 출장 조사를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서면조사로 갈음했지만 김 여사는 혐의의 중대성을 볼 때 대면 조사가 명확해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됐지만 수사기관의 대면 조사를 제대로 받은 적은 없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5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 지난 1월15일 체포 직후 공수처 대면 조사를 받았지만 위법 수사라는 이유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앞으로 검찰 수사는 위법성을 주장하며 거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윤 전 대통령도 추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내란 수괴 혐의로만 기소한 검찰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기소하기 위해 부를 수 있다. 명태균 의혹으로도 조사가 불가피하며 경찰이 수사 중인 특수공무집행방해 교사 혐의도 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대면 조사는 파장이 예상돼 대통령 선거 이전에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검찰청사 출석도 더이상 피할 명분이 없다. 전두환·노태우·이명박·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검찰청사로 공개적으로 나와 조사를 받았다.
chaezer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