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울리는 의료급여 정률제...'건강권' 훼손 우려
  • 이준영 기자
  • 입력: 2025.04.29 00:00 / 수정: 2025.04.29 00:00
"저소득층 부담 커지고 의료 이용 막아"
수급자 의견 수렴 없이 강행 비판 제기
정부 "의료급여 과다지출 개선 불가피"
정부의 의료급여 정률제 변경 계획에 취약계층 부담이 커지고 건강권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2023년 12월 19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원각사 무료급식소 앞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줄 선 사람들./이윤경 기자
정부의 의료급여 정률제 변경 계획에 취약계층 부담이 커지고 건강권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2023년 12월 19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원각사 무료급식소 앞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줄 선 사람들./이윤경 기자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정부의 의료급여 정률제 변경 계획에 취약계층 부담이 커지고 건강권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급여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9일 의료급여 수급자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인 빈곤사회연대 정성철 활동가는 정부의 의료급여 정률제 방침에 "본인부담금이 늘어 수급권자들 부담이 커진다"며 "수급자들은 소득이 월 80만원 이하인 경우가 많아 1만원도 큰 부담이다. 비용 부담에 필요한 진료인데도 스스로 줄일 수 있다. 정률제 변경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급여 대상자는 소득이 기준중위소득 40%(월 95만원) 이하여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0월 시행령 변경을 통해 의료급여 본인부담을 기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현재 의료급여 대상자는 총진료비나 약제비에 상관 없이 본인부담금은 약국 500원, 외래는 의원 1000원, 종합병원 1500원, 상급종합병원 2000원만 낸다.

정부는 이를 개편해 1종 외래 본인부담을 의원 4%, 종합병원 6%, 상급종합병원 8%, 약국 2% 등 진료비에 비례한 정률제로 바꾼다. 다만 고액진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진료 1건당 최대 본인 부담금 외래 2만원을 적용하고, 외래 본인부담지원금인 건강생활 유지비를 월 6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높인다. 월 의료비 최대 본인부담 5만원 상한은 기존처럼 유지한다.

정부가 정률제 변경에 따른 보완책을 추가했지만 취약계층 부담은 줄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빈곤사회연대가 의료급여 수급자 16명의 1년치 외래이용 기록을 조사해 정률제 변경 시 의료비 부담 변화를 조사한 결과, 건강생활지원금 2배 인상을 적용해도 5가구에서 평균 13만4876원 의료비가 늘었다. 이는 외래 최대 본인부담금 2만원 적용은 고려하지 않은 조사다. 다만 빈곤사회연대는 외래 부담금 2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지 않아 부담 완화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과다 진료 책임을 의료기관이 아닌 취약계층에 전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의료급여 비용 증가는 공급자인 의사들을 규제해야 하는데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됐다"며 "무엇보다 의료급여는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 국민 의료를 국가가 보장하는 공공부조제도로 국가 책임에 해당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률제로 바꾸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지난해 10월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의료급여 수급자 전체의 90%는 월 평균 외래진료가 5.5회보다 적었다. 30%는 한 달에 채 1회를 이용하지 않았다. 80%에 해당하는 수급자들은 월 6000원의 건강생활유지비 중 일부를 환급받고 있을 정도로 외래이용이 적었다. 1%에 해당하는 1만1266명이 월 평균 22.6회 외래진료를 받았다.

서울 동작구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에서 시민들이 진료 수납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더팩트 DB
서울 동작구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에서 시민들이 진료 수납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더팩트 DB

정부가 의료급여를 정률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수급자들 의견 수렴이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정 활동가는 "수급자들이나 대변할 수 있는 단체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다. 복지부에 간담회를 요구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며 "복지부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를 통해 이를 결정했다고 하지만 중생보위 위원중에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대변하는 사람이 없다. 수급자들이 반대하는 정책을 탄핵된 윤석열 전 대통령 정부가 시행령으로 강행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보건의료단체연합, 시민건강연구소 등 다른 시민단체들도 저소득층 건강권을 침해한다며 의료급여 정률제 개편 철회를 촉구했다.

반면 정부는 의료급여 재정 지출이 커지고 있어 진료비에 비례한 본인부담 개편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급여 총 급여비 지출은 2015년 5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11조6000원으로 늘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급여 과다 이용 변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의료급여 수급자 대상 간담회는 아니었지만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했다.


loveho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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