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보다 신뢰도 높은데·…헌재 폐지하자는 탄반파
  • 선은양, 김해인 기자
  • 입력: 2025.04.28 00:00 / 수정: 2025.04.28 00:00
대선 공약도 등장…대법원에 '헌법재판부'
국회 2/3 찬성에 국민투표 거처야 가능
헌법 전문가 "시대 흐름 역행" 한 목소리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공약으로 헌법재판소 폐지를 내놓으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전후로 불거진 이른바 헌재 폐지론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공약으로 헌법재판소 폐지를 내놓으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전후로 불거진 이른바 '헌재 폐지론'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김해인·선은양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공약으로 헌법재판소 폐지를 내놓으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전후로 불거진 이른바 '헌재 폐지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헌재 폐지는 헌법 개정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데 민주화 과정에서 도입된 제도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현실성이 높지 않다. 대법원이 헌재의 기능을 대신할 경우 사법부가 정치화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홍 전 시장은 헌법재판소를 폐지하고 대법원에 헌법재판부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헌재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면서 정치적 사법기관으로 전락했으며 국가체제를 부정하는 사람까지 헌법재판관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헌재 폐지를 주장했다. 최근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도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이른바 '탄반파'(탄핵반대파) 인사들 중심이다.

헌재 폐지론은 대통령 탄핵심판 때마다 고개를 들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 이후 일부 보수층 사이에서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직전에는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며 헌재 무용론이 일기도 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헌재가 폐지되려면 헌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재적 의원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며, 국회 의결 이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국민투표에서는 투표율 50% 이상,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개헌이 확정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국민투표를 거쳐 9차 개정 헌법에 근거해 1988년 9월 탄생했다. 기존 사법부가 관료화되며 헌법 재판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반성에서 헌재가 도입돼 '민주화의 상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유문화국민연합이 주최하는 탄핵기각 즉각복귀 애국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콘서트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 앞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배정한 기자
자유문화국민연합이 주최하는 탄핵기각 즉각복귀 애국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콘서트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 앞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배정한 기자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헌재에 대한 신뢰도는 61%를 기록하며 올해 초(57%)보다 4%p 올랐다. 반면 경찰, 법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에 대한 신뢰도는 각각 47%, 46%, 32%, 25%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최근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며 오히려 법원과 검찰 등의 신뢰도는 떨어진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헌재의 기능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헌법 전문가들은 헌재 폐지론에 "시대착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헌재의 역할과 국민 신뢰도를 바탕으로 봤을 때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이번 탄핵 결정과 관련해 헌재가 신뢰를 잃었다면 개헌할 때 (헌재를) 없애고 그 기능을 대법원에 주자는 (국민들의) 얘기가 나왔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국가 질서 전체에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고 있는 별도의 법원 조직과 별도의 전문법원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헌재 폐지론은 시대착오적인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대법원이 정치적 갈등 상황을 중립적으로 조정하는 헌재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하다. 사법부가 정치화거나 업무가 과중되며 기존의 재판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진아 교수는 "헌재에 제기되는 많은 사건들이 정치적인 성격을 갖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대법원의 한 부에서 하게 된다면 그건 법원 전체를 정치적인 정쟁의 한 가운데로 몰아넣는 것"이라며 "일반 법관 출신 재판관들이 헌재에 오면 1~2년은 헌법 공부에 매달릴 정도로 정신이 없다고 한다. (헌재 폐지론은) 이같은 헌재의 전문성과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우려했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미국은 연방대법원이 헌법재판을 맡지만, 법관의 임기 제도가 종신제이고 사건 수가 많지 않아 헌법 재판을 적극적으로 하는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오는 구조라 헌법재판까지 대법원이 감당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며 "사건에 대한 집중도, 전문성 측면에서 지금의 헌재 제도가 갖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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