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호영 기자]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65) 씨가 의심스런 돈뭉치와 목걸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검찰 수사가 일파만파 확대되는 모양새다. 전 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선거 공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전 씨 관련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면서 칼끝이 김 여사로 향할지 주목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박건욱 부장검사)은 전 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포착한 각종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우선 전 씨가 지난 2022년 6월 제8회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있는 전 씨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현금 1억6500만원 돈뭉치를 확보했다. 이 중 쌀통에서 발견된 5000만원 신권 뭉치는 비닐로 포장됐으며, '한국은행', '2022년 5월13일' 등의 문구가 찍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개인 소지가 사실상 불가능한 한국은행 표기 돈뭉치가 전 씨에게 흘러 들어간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전 씨를 상대로 언제 누구로부터 받았냐고 물었지만, 전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전 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앞세워 '기도비'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받고, 정치권 유력 인사에게 공천과 인사 청탁을 해온 '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나 여권 고위 인사와 직접 만남을 주선했을 가능성도 있다.
돈뭉치에 적힌 발행날짜 2022년 5월13일은 윤 전 대통령 취임 3일 후다. 전 씨는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는 김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에서도 고문을 맡았다. 전 씨는 지난 2022년 1월 코바나컨텐츠의 주소와 로고가 적힌 명함을 갖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해에는 윤 전 대통령 장모 최모 씨와 10차례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 씨가 받은 수천만원대 다이아몬드 목걸이도 김 여사와의 관련성에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검찰은 전 씨가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지낸 윤모(48) 씨로부터 기도비 등 명목으로 수억원대 금품을 받고, 김 여사 선물용으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하고 있다.
윤 씨는 검찰에서 김 여사에게 전해달라며 전 씨에게 목걸이를 건넨 사실을 인정했으나, 전 씨는 "목걸이를 잃어버렸고 김 여사에게 전달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윤 씨가 통일교의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수주를 위해 청탁한 것이란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 2022년 3월 윤 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만난 뒤 특혜를 받기 위해 뇌물성 금품을 건넸다는 것이다.
윤 씨는 지난 2022년 5월 통일교 행사에서 "2022년 3월22일 윤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 1시간 독대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2022년 11월 동남아 순방 기간 동안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을 방문했다.
검찰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도 다시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서울고검은 25일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항고 사건에 대해 재기수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17일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을 받는 김 여사를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나 서울고검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방조 혐의를 받는 '전주' 손모 씨 등 주가조작 공범들의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이 나자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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