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 재판이 법관기피 신청으로 중단된 지 4개월 만인 23일 다시 열렸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이 5월 말로 잡히면서 대선 전 이 전 대표가 법정에 나올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을 향해 공소장에 이 전 대표가 대북송금을 승인했다는 객관적 사실관계가 부족하다고도 지적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송병훈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뇌물)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대표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 재판은 지난해 12월 이 전 대표 측이 형사11부(당시 신진우 부장판사)에 대한 법관기피를 신청하면서 중단된 지 4개월여 만에 재개됐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 전 대표를 포함한 피고인들은 불출석했고, 법률대리인들만 재판에 나왔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을 살펴보며 "'이화영은 이재명 승인하에' 이렇게 '이재명이 승인했다'는 표현이 공소장에 많이 등장했는데 승인 방식이 뭔가"라고 물었다. 검찰은 "직접적 증거가 있다기보다 경기도 내부 진행된 사업의 논의 방식 보고 과정 등에 비추어 그렇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이어 검찰을 향해 "여러 정황에 비춰 이재명이 그 부분을 승인했다는 법률적 평가로 볼 수 있다는 의미냐"며 "공소사실에 법률적 평가를 기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객관적 사실관계에 맞춰서 다음 기일까지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검찰에 공소사실을 더 간결하고 명확하게 기재하라고도 요청했다.
재판부는 "공소장이 50쪽 정도 되는데 500만 달러 대북송금 관련해서는 34쪽에 가서야 처음으로 '이로써 (이들이) 공모해 뇌물 공여했다'는 글귀가 나온다. 그 앞 30여 쪽은 전제 사실인데 이렇게 (길게) 기재할 필요가 있는지도 검토해달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인 북한이 뇌물공여 대상인 제3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김성태가 북한 측과 체결한 협약서를 대외적으로 공개해달라고 한 것이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는 지 등에 대한 검찰의 법률적 검토 내용 및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표 측에는 "피고인에게 (소환장) 송달이 잘 안되고 있다"며 "송달할 수 있는 주소를 두 개 정도 알려주면 재판부에서 복수로 소환장 보내겠다"고 요구했다.
이에 이 전 대표 측은 "정치 현안들 때문에, 자택에 자주 없고 국회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국회 주소를 이번 주까지 서면으로 내겠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날 재판부에 "검찰이 수사 중 생성한 수사보고서 열람 등사를 거부했다"며 재판부에 조치를 요청했다.
반면 검찰은 "이미 헌법재판소는 (수사기관) 내부 의견서 등은 피고인의 방어 활동에 관계없고 열람 등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했다"며 "내부 보고서를 봐야 (공소사실 및 증거에 대한) 의견을 내겠다는 것은 신종 재판 지연 수법"이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수사보고서 열람등사 허용 신청은)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판단하겠다"며 "피고인들은 증거 및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간략히라도 밝혀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5월 27일 오후 2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표는 대선 투표일인 6월3일 이전 이 사건 법정에 나올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였던 2019년 쌍방울 그룹의 대북 사업을 돕는 대가로 경기도가 북한 측에 냈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자신의 방북비 300만 달러 등 800만 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대신 내도록 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이 전 대표에게 제3자 뇌물 혐의 등을 적용해 그를 불구속기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