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령군수 공천과 관련해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났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창원지법 형사4부(김인택 부장판사)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명 씨 등에 대한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 9일 명 씨가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처음 열린 재판이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 측 증인인 김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그는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과정에서 명 씨의 운전기사로 일하며 창원과 서울을 함께 다녔으며, 같은해 김 전 의원이 보권선거에 당선된 이후 김 전 의원의 보좌진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검찰 측 주신문 과정에서 지난 2022년 4월께 명 씨, 고령군수로 출마하려 했던 배모 씨와 함께 경북도청에서 이 지사를 만났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또 '명 씨, 배 씨와 함께 서울 아크로비스타를 방문한 적 있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창원에서 명 씨를 태우고 고령으로 가 배 씨를 태워 갔다"며 "다만 명 씨와 배 씨가 아크로비스타에서 누구를 만났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의원이 명 씨에게 김 전 의원을 파리 대사로 보내라고 제안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김 씨는 "명 씨가 이 의원(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에게 김 전 의원이 공천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고, 이 의원은 김 전 의원을 파리 대사로 보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며 "(세명이서) 같이 차 안에 있을 때 그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명 씨 측은 김 씨가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 소장과 통화했던 녹취록을 공개하며 그의 진술에 신빙성이 낮다고 맞섰다.
명 씨 변호인은 김 씨가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를 받기 불과 며칠 전에는 통화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검찰 조사에서는 날짜를 세세하게 언급했다고 강조했다. 김 씨가 김 전 소장의 말을 듣고 자신의 기억이라고 착각해 검찰에 진술했다는 취지다.
이철우 지사는 명 씨와 배 씨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공천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되돌려보냈다는 입장이다. 실제 배 씨는 공천을 받지 못 했다. 이준석 의원도 "선거시즌이 되니까 생태탕 수준의 아무 말이 쏟아진다"고 일축했다.
명 씨는 지난 2022년 8월 23일부터 2023년 11월 24일까지 김영선 전 의원에게 16차례에 걸쳐 정치자금 8070만원을 기부받은 혐의를 받는다.
명 씨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 부부와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김 전 의원을 내세워 대구·경북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2명에게서 각각 1억 2000만원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혐의도 있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11월 15일 명 씨와 김 전 의원에게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약 5개월 만인 지난 9일 이들의 보석 신청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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