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호영 기자] 경찰이 7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 방화 사건 현장감식과 사망한 피의자 부검을 실시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와 소방당국,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은 명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22일 오전 10시58분께부터 불이 난 봉천동 모 아파트 401호와 404호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방화 피의자 A(61) 씨의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부검도 실시했다. 경찰은 국과수 부검 결과를 토대로 A 씨가 화재로 사망했는지, 방화 이후 극단 선택을 했는지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경찰은 국과수에 농약살포기로 추정되는 방화 도구의 감정도 의뢰했다. 현장에서 농약살포기로 추정되는 방화 도구가 발견됐으나 불에 타 정확한 식별은 불가능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사망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것"이라면서도 "사회적 중요도를 고려해 명확히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에는 잿더미와 형체를 알 수 없는 파편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청소업체의 명함도 눈에 띄었다. 일부 주민들은 창문에 묻은 그을음을 걸레로 닦아냈다.
60대 박모 씨는 "화재 후 냄새가 너무 심해 모텔에서 자고 왔다"며 "냄새가 빠지려면 일주일은 문을 열어놔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앞서 전날 오전 8시17분께 이 아파트에서 불이 나 A 씨가 사망하고, 13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A 씨가 농약살포기로 불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 씨는 이날 오전 8시께는 약 1.4㎞ 떨어진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관악구 모 빌라 앞 쓰레기 더미에도 불을 질렀다. 주거지에서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유서도 발견됐다.
A 씨는 지난해 11월까지 이 아파트 3층에 거주했으며, 층간 소음 문제로 주민들과 갈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 9월 A 씨와 주민 간 쌍방 폭행 신고로 한 차례 출동했다.
경찰은 A 씨가 층간 소음 분쟁으로 방화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범행 동기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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