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비상계엄, 칼 썼다고 무조건 살인 아냐"
  • 김해인 기자
  • 입력: 2025.04.21 18:35 / 수정: 2025.04.21 18:35
윤 자청해 총 8분간 발언…재판부 불편한 기색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두 번째 정식 재판에 출석해 변호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두 번째 정식 재판에 출석해 변호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의 형사재판에서 "계엄은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이고 하나의 법적 수단에 불과하다"며 "칼을 썼다고 해서 이것이 무조건 살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2차 공판기일에서 총 8분간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이같이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과 오후 증인신문과 반대신문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발언하지 않았다. 다만 향후 재판 절차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손을 들고 자신의 의견을 내세웠다.

그는 비상계엄을 '칼'에 빗대며 "칼이 있어야 요리를 해먹고, 산에 가서 나무를 베어서 땔깜을 쓰고, 아픈 환자를 수술하고, 협박·상해 범죄도 저지를 수 있다"며 "내란이란 관점에서 재판을 하려면 칼이라는 걸 썼다고 해서 '이건 무조건 살인이다' 이렇게 도식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계엄이 민주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사법기관이나 모든 헌법기관을 동시에 무력화시키고 장악해서 그야말로 독재적 헌정 문란을 일으키고, 장기 독재를 위한 친위 쿠데타라는 것이 증명되는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 계엄은 그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때 인정되지 않은 계엄 당시 유혈사태가 없었고 처음부터 실무장시키지 않은 소수 병력을 투입했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해 눈을 감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해 눈을 감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또 "이 계엄이 내란이고 장기독재를 위한, 헌정질서를 파괴하기 위한 것이라면 정무계획과 집권계획, 그걸 실현하기 위해 군을 도대체 어떻게 활용하려고 했는지 더 근본적으로 다뤄져야 내란죄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될 수 있다"며 "검찰의 입증계획과 순서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헌법적 관점에서 내란죄에 대한 심리와 쟁점 순서가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6분간 발언을 마친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와 변호인이 증인신문 순서를 논의하자 "내란죄에 포인트를 맞춰 제대로 법리와 로직을 딱 세워놓고 재판하면 굳이 증인신문 할 필요가 없다는 게 변호인의 요지"라며 "여러 명이 다 같이 재판을 받는 것도 아니고, 전직 대통령인 저 혼자 재판을 받는데 다 전문 증인들 아니겠냐"며 또어들었다.

이어 "조서도 일종의 전문 증거라고 해서 피고인이 동의 안 하면 증거로 쓰질 못하고 법정에 세워야 하는데, 다 들었다는 이 전문 증인들을 이렇게까지 법정에서 들을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재판부는 다소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내란죄 법리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명확하게 기준을 갖고 재판하고 있다. 그 점을 피고인이나 변호인 측이 의심한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돼야 유죄가 인정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피고인, 변호인 모두 특별한 이의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시겠냐"고 확인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끄덕였고 변호인은 작게 "네"라고 답했다.

이날 오후 5시 53분 재판이 종료되자 윤 전 대통령은 문 쪽으로 나가며 살짝 미소 지었다. 이어 검찰 측을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숙였고, 앞줄에 일어나있던 검사들도 인사했다.

다음 공판은 내달 12일 오전 10시 15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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