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강혜경 씨가 "검찰이 이 사건을 창원 지역비리로 격하해 축소·은폐하고, 다수의 정치인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고 했다"며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강 씨 측 정구승 변호사는 17일 창원지법 형사2부(김성환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강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강 씨가 15차례 이상 조사를 받으며 검찰에 수많은 정치인들에 대한 제보를 했음에도 검찰은 윤석열·김건희의 이름을 거론조차 못 하게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변호사는 강 씨와 같은 의견이라며 준비해온 원고를 꺼내들고 "실제로 저를 비롯한 다수의 변호인이 왜 윤석열·김건희에 대해서 묻지 않느냐고 물을 때마다 검사들은 '나는 담당이 아니다. 다른 곳에 물어봐라'는 식으로 피해가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지난번 수사하는 모양새만 갖춘 오세훈 서울시장을 제외하고는 다른 정치인들에 대해서 어떤 질문·수사를 개시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중요 정치인들의 범죄혐의에 눈감거나 면죄부를 주고, 오히려 공익제보자를 핍박하는 행태를 부렸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공익제보자가 진실을 밝혀달라며 제출한 휴대폰, PC에서 나온 수 많은 자료 속에서 드러난 거악들에 대해서는 눈감으면서 도리어 공익제보자를 표적삼아 먼지털이 수사를 벌이고, 공익제보자를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밝혀진 증거만으로도 충분히 기소가 가능한 윤석열, 김건희는 단 한번도 정식 소환조차 못하면서 만만한 공익제보자는 15차례 불러서 조사해 일상을 파괴했다"고 꼬집었다.
강 씨 측은 검찰이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포렌식 기간을 협소하게 진행했고, 의도적으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정치인들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정 변호사는 또 "검찰은 그나마 확보한 포렌식 자료를 제대로 분석하지도 않았다"며 "홍준표 후보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자료에 비밀번호가 걸려있어 풀지 못했다면서 현장에서 강혜경씨에게 협조를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저희가 입수해서 포렌식을 돌려본 결과 카카오톡 대화에서 손쉽게 비밀번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파일은 홍준표 후보 측이 강 씨에게 여론조사용으로 제공한 당원명부였다"며 "비실명화도 진행하지 않아 주민번호 등 모든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료였다. 이렇듯 검찰은 유력 정치인에 대해서 포렌식을 하지 않거나 제대로 분석하지 않는 등 수사를 의도적으로 방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 사건을 특검이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수사 범위는 관련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검찰에까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원지법 형사2부는 이날 오전 강 씨와 김영선 전 의원, 안동지역 사업가 A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과 강 씨와 김 전 의원, 김 전 의원의 남동생 2명에 대한 사기 등 혐의 첫 재판을 연달아 진행했다.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 씨는 지난 2022~2023년 공천 대가로 명 씨에게 16차례에 걸쳐 불법 정치자금 총 8000여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 기간 국회사무처에 여론조사 용역비 지급 신청서 등을 허위로 제출해 정책개발비 2000만원을 편취하고, 정치자금 3억9500만원을 허위 기재한 혐의도 있다.
이날 재판에서 강 씨는 명 씨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정치자금을 허위 기재한 혐의와 관련해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정책개발비 편취 혐의는 검찰의 수사 자료를 받은 뒤 다음 기일에 인정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다음 재판은 내달 29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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