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건 기록이 10만쪽에 육박하고 핵심 증인만 38명에 달하는 데다가, 윤 전 대통령은 혐의를 전부 부인하며 검찰의 증인신문 절차 등에 하나하나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공판기일을 심리했다.
앞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도 윤 전 대통령 측이 형사소송법 준용 문제 등 절차적 이의를 제기하며 변론이 끝난 지 38일이 지나서야 파면이 결정된 바 있다. 형사재판 첫 공판에서도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를 전부 부인하며 총 93분 동안 검찰의 공소사실을 직접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검사 시절 경험을 내세우며 검찰의 공소장 내용 자체를 부인했다. 그는 "26년간 정말 많은 사람을 구속하고 기소한 저도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무엇을 주장하는지, 어떤 로직에 의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며 물고 늘어졌다.
윤 전 대통령은 앞으로 공판에서도 최대한 기회를 얻어 직접 자기 변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또 윤 전 대통령 측이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에 대한 반대신문을 거부하며 신문 절차도 지연됐다. 재판부도 앞으로 신문해야 할 증인이 많다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2차 공판준비기일에도 "(검찰의 ) 기록이 8만~10만쪽으로 방대하다"며 다음 기일까지 시간을 넉넉하게 줄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주된 원칙은 2주에 3회 정도는 (기일을 진행해야) 한다"며 "이 사건 재판의 호흡이 길다"고 밝혔다. 같은날 검찰은 38명의 핵심 증인을 신청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증거 목록이 방대하다며 증거 인부도 하지 않은 상태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권 문제도 본격적으로 다투기 시작하면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재판부도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면서 공수처 수사권 문제 해소를 과제로 꼽았다.
윤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구속 상태도 아니기 때문에 재판이 빨리 진행되면 도움될 것이 없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라 재판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유리한 여론 조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각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통령들의 1심 선고까지는 1년 안팎의 시간이 걸렸다.
고 전두환 전 대통령과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내란 등 혐의로 지난 1995년 12월 3일 기소됐다. 첫 재판은 이듬해인 1996년 3월 11일 열렸으며, 약 5개월 만인 1996년 8월 26일 각각 사형과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 2017년 4월 17일 구속기소됐다. 이후 같은해 5월 23일 첫 공판이 열린 뒤 약 1년 만인 2018년 4월 6일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등 혐의로 2018년 4월 9일 구속기소됐으며, 같은해 5월 23일 첫 재판이 시작돼 약 5개월 만인 10월 5일 1심에서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이 선고됐다.
법조계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재판 속도를 전직 대통령들의 재판을 근거로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다만 1심 선고까지 최소한 6개월은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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