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물의 결함 또는 위험성을 손해배상 요건으로 보고 있다. 이 말은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가 제조업체의 고의나 과실을 입증할 필요가 없고 제품의 결함만 입증하면 제조업체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담배라는 제품은 결함이 있는 제조물인가? 그렇다. 담배는 수천종의 화학물질과 70여종의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암, 폐질환, 담배중독 등 심각한 건강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제공자이다. WHO에서는 흡연을 세계 제1의 공중보건 문제로 지정하였으며 질병관리청 자료에는 2019년 기준 직접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만 58,036명으로 되어있어 그 폐해가 심각하다 할 것이다.
그동안 담배회사들은 이윤을 우선시하여 정보전달에 소극적이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담배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흡연을 함으로써 건강 악화 및 건강보험 급여 제공으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 흡연폐해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고 재정적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흡연과 암의 인과관계, 담배회사의 불법행위 등을 인정하지 않고 패소 판결을 했으며 공단의 항소로 10년 넘게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로 12차 변론('25.5.22.)을 앞두고 있다.
잠시 외국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에서는 제조물책임법 위반, 고의적 불법행위, 소비자보호법 위반을 근거로 담배회사에 대한 다양한 소송이 진행되어 여러 피해자 승소 사례가 나타났고, 캐나다에서는 흡연의 위해성을 사회적으로 보호하고자 흡연피해배상 관련 법률을 제정하기도 하였다.
담배회사는 그들이 제조한 제품이 발암물질에 해당하고 중독성물질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여전히 편의점 계산대 뒤에서 적극적인 광고를 하고 있으며 전자담배가 덜 유해하다는 식으로 우리 미래세대를 위협하고 있다.
만약, 이번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송에서 담배회사가 승소하게 된다면 흡연 위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담배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이 발암물질을 선택한 소비자에게 모조리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소비자·시민을 대표하는 기관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하자있는 제조물을 제작하고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막대한 폐해를 입힌 제조사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생각하고, 이를 위해 건보공단이 나서서 제기한 담배소송을 적극 지지한다. 재판부에서는 사회적 정의 실현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판결을 내려주기 바란다.
소비자시민모임 고양지부 대표 김순환(고양지원 민·가사 조정위원 소비자시민모임 고양지부 대표)
※ 본 칼럼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 시각으로 더팩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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