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2026년 의과대학 모집인원 확정을 앞두고 정부와 의대생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수업 정상화를 전제로 모집인원을 2024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일부 의대생들이 여전히 수업 참여를 거부하면서다. 그러나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 수준이 예상보다 저조한 데다 '증원 철회'를 둔 반발 여론 등을 고려하면 교육부도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려대 의대는 수업 일수를 채우지 않은 본과 3·4학년생을 유급 처분할 예정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11일 "유급 예정통보서를 받을 본과생 수는 110명 정도"라며 "유급을 어떤 식으로 통보할 지 등에 대해선 다음주부터 지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 한 학년 학생 수는 100여명이고 전체 수업 일수의 3분의 1 이상 결석하면 유급 대상이 된다. 주요 의대에서 본과생에 대해 집단 유급 결정이 내려진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빅5' 병원이 있는 의대 중 4개 대학(연세대·성균관대·가톨릭대·울산대)과 고려대 학생 대표들은 지난 9일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내 "여전히 우리의 투쟁 의지는 굳건하다"며 "정부는 의대생들 간 결속을 갈기갈기 찢으려 하지만, 우리는 진정한 문제 해결을 위해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주대 의대 2025학번 학생들도 같은 날 SNS에 성명문에서 "25학번 중 109명은 수강 신청을 고지하고 잠정적인 수업을 마친 후, 의대생 단체 수업 거부라는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40명의 신입생을 뽑았던 아주대 의대는 의대증원 정책에 따라 올해 110명의 신입생을 선발했다.
의대생들의 강경 투쟁 분위기 조성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국 변화로 의대 증원 등 의료 정책의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조기대선 국면에서 전환점을 맞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의사단체들도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 현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등 12개 협회가 소속된 한국의학교육협의회(의교협)는 8일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정부에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이번주 중 3058명으로 확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복학 후에도 수업을 거부하는 의대생들을 원칙대로 처분해야 한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등록 후 수업을 거부하는 '꼼수 복귀'에 내년 모집 정원을 동결해서는 안 된다"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몽니를 부리는 의대생을 선처와 관용 없이 학칙대로 처분해 불필요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 모집인원은 비의대 상위권 학과의 합격선을 좌우한다. 모집인원 확정 시점이 늦어질수록 의대를 준비하는 수험생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단 얘기다.
교육부는 수업 참여율을 좀 더 지켜보고 최대한 빨리 모집인원을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시점을 정하지는 못했다. 교육부는 7일 "극단적으로 오늘 통계가 나오고 정상 수업이 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 (모집인원을) 결정할 수 있다"며 "각 대학이 이달 30일까지 모집인원을 입력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각 대학은 오는 30일까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반영한 대입 시행 계획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