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국방부가 병역 미필 사직 전공의 중 초과 인원을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한 국방부 개정 훈령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개정 훈령이 입영 시기 불확실성을 키워 헌법 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다. 의과대학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의 군 복무 문제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김민수 의협 정책이사는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당해연도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된 사직 전공의들인 청구인들은 이날 오후 2시 개정 훈령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사직 전공의인 김 이사는 "젊은 의사들이 현역으로 선발될 때까지 아무런 예측 가능성도 없는 상태로 수년 간 입영 대기하도록 만든 것은 의무사관후보생인 전공의들의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 제11조 평등권,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를 모두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방부는 단기적인 인력 과잉을 조절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직 전공의들은 자신의 입영시기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로 수련을 받거나 취업을 하기도, 개업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방부는 병역의무 이행 방식에 대해 국민의 정당한 선택권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정 갈등으로 사직한 전공의 중 병역 미필자는 3300여 명으로 집계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공의는 의무사관후보생으로 등록돼 현역병으로 입대할 수 없고, 수련을 중단할 경우 입영 대상자가 된다. 기존 훈령에서는 입영 대상자 중 군의관 선발 후 초과인원은 보충역(공중보건의사·병역판정의사 등)으로 분류돼 군 복무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입영 대상자가 통상 군 수요인 연 1000~1200명의 서너 배에 이르게 되자, 국방부는 지난 2월 초과인원을 '당해년도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하는 내용의 훈령 개정에 나섰다.
올해 군의관·공보의로 880여 명이 입영한 것을 감안하면 대기 중인 사직 전공의는 약 2400명이다. 김 이사는 "공보의 감축 추세와 매년 의대졸업생들이 발생하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들은 최장 4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동안 입영 대기 상태에 놓일 수 있다"며 "이처럼 병역 불확실성이 커지면 군의관 지원은 줄어들고 현역병으로 입대하려는 의대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전에 작성한 복무지원서 내용대로 병역 미필 사직 전공의들은 수련을 중단한 이듬해 군의관이나 보충역으로 근무하는 게 마땅한 절차"라는 게 김 이사의 주장이다.
헌법소원 심판 청구 대리인 강명훈 법무법인 하정 변호사는 "훈령 개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위헌임을 확인받고자 헌법소원을 낸 것이고, 병무청에서 의무장교로 선발되지 않은 사람들을 당해 연도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한 것은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며 "행정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소송도 제기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강 변호사는 "행정처분이 취소된다면 이전처럼 보충역으로 군 입대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강제하는 소송은 제도 상 없다"며 "정부와 의협이 협의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선공약준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보건의료정책이 각 당 대선후보 공약에 반영되도록 보건의료분야 공약콘텐츠를 준비한다는 취지다. 대선기획본부 및 지원단을 구성해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보건의료 정책을 적극 제안할 계획이다. 대선공약준비TF 위원장은 김창수 의협 정책이사가, 간사는 안상준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가 맡는다.